여성농민이 사는 모습

  • 입력 2020.09.06 18:00
  • 기자명 강정남(전남 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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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남(전남 나주)
강정남(전남 나주)

징하디 징한 코로나다. 다들 좀 왔다 갔다 하고 떠들썩해야만 사는 것 같은데 코로나 때문에 다들 스톱이다. 만나서 웃고 떠들고 얘기도 하며 살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우울증이 오는 듯하다. 경제만 위험한 게 아니라 우리의 마음마저 위험할 지경까지 와버렸다.

봄만 해도 마스크 쓰고 농사일은 안했건만, 훅 터진 공간에서도 사람 얻어 일 할 때는 마스크가 필수다. 인류의 바이러스 감염은 정말 대책이 없다. 가뜩이나 경제가 안 좋은데 날씨마저 태풍이니 뭐니 해서 농사일을 도와주지 않는다. 올해 또 마이너스 농사가 될 확률이 높다.

아마 도시인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손해 보면서 왜 농사를 지어요? 그만 지으면 되지.” 그런데 농사란 게 무슨 직장 그만두듯이 그만둘 수 없다. 저 땅을 어떻게 하라고! 농사꾼이 돼서 땅을 놀린다는 것은 생각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평생 농사만 짓고 살았는데, 수지 안 맞은지가 어디 한두 해더냐! 그냥 짓는 거다. 농사를 포기할 수가 없어서 말이다.

그렇다, 농민은 바보다. 수지타산도 안 맞는 농사를 수십 년째 짓고 있으니 바보일 수밖에. 그러나 그 바보 덕분에 우리는 먹고 살 수 있다. 열심히 농사를 지어준 덕에 밥을 먹고 김치를 먹고 살 수 있다. 그냥 소박하니 내 농사지은 거 들어간 비용에 생활을 유지할 정도로만 가격이 맞춰지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도시보다 다른 것은 불편하더라도 사시사철 변하는 자연의 모습이 온전히 우리 안에 머물고 계절의 변함에 따라 우리 일거리가 달라지고 그러면서 사는 게 우리 여성농민이 살아가는 자연스런 모습이다. 그러나 요즘은 농촌 인구가 줄어들고 마을이 사라지면서 예전 정겨운 마을공동체가 사라지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한 달 전, 여성농민특별검진을 받았다. 여성농민에게 많이 발생되는 근골격계와 관절, 골다공증 등 전반적인 농작업 관련 질병에 대한 검진이다. 이제껏 농사짓고 살아온 세월동안 농작업 관련 질병을 인정하고 우리의 몸을 치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아서 다행이다.

마냥 뒤로 후퇴하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니기에, 어떤 부분은 개선되고 발전한다. 조금만 생각하면 우리의 생활이 행복해질 수 있기에 섬세한 정책이 필요하다 싶다. 내년부터 확대된다고 하니 우리 여성농민도 몸을 돌보면서 농사지을 수 있기를 바란다.

여성농민은 눈치를 참 많이 본다. 남편 눈치, 애들 눈치, 주위사람 눈치, 마을사람들 눈치 등등, 농사를 못 지으면 게을러서 그런가 보다 생각할까 눈치 보이고, 부지런하단 소리 들어야 될 것 같아서 새벽같이 일어나서 일을 하고, 눈 밖에 나지 않으려고 주위사람과 마을사람들 눈치도 봐야 하고, 편하지는 않다. 농촌에서 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것은.

그럼에도 우리는 여성농민임을 포기하진 않는다. 눈치는 볼지언정 우리는 농민임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자랑스런 여성농민이니까!

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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