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농업재해의 일상화, 기초농업재해보험 도입을 고려하자

  • 입력 2020.08.23 18:00
  • 기자명 안경아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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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아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
안경아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

 

기후변화로 인해 이상기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봄 4월 전국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서 배, 복숭아, 사과 등 개화기 과수들은 저온피해를 입었다. 꽃이 누런 갈색으로 변해 착과율이 감소하고 수확량이 감소할 전망이다.

여름엔 최장기간 장마 기록을 갈아치웠다. 평년보다 두 배나 긴 54일이다. 오랫동안 비가 내린 것뿐만 아니라 열대지방 소나기 같이 폭우가 내렸다. 전국에서 산사태가 나고 농경지가 잠기고 소들이 물에 떠내려갔다. 물이 빠진 농경지 작물을 병해충이 습격할 예정이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농업재해가 태풍으로 인해 발생했다면, 최근에는 봄철 저온과 고온, 여름철 폭염과 가뭄, 가을철 호우, 겨울철 한파와 대설 등 이상기상 현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상기상 현상은 기온과 강수량의 평균값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그 변화폭 증가가 동반되는 것을 의미한다. 즉, 평균기온이 높아지기도 하지만, 최저기온과 최고기온 간의 간극이 커지고 극한기온의 발생빈도가 높아진다.

농업은 기후변화에 민감한 산업이다. 제조업이나 서비스업과 달리 햇빛, 물, 토양 등과 같은 자연 자원을 이용하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이상기상이 일상화됨에 따라 농업재해도 빈번해졌다. 농업과 농민이 기후변화 적응에서 최전선에 있는 셈이다.

이에 기초농업재해보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초농업재해보험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농업여건 변화에 대응한 농업보험 정책 발전방안(2019, 김미복 외)’에서 제시한 농업정책보험 개선방안 중 하나다.

우리나라는 농업재해 발생 시「농어업재해대책법」에 의거한 농어업재해복구비를 지원한다. 농작물 피해에 대해서는 농약대(보조 100%), 대파대(보조 50%, 융자 30%), 생계비 등을 복구비 명목으로 지원한다. 2018년 노지채소를 기준으로 농작물 피해 복구비를 계산해보면, 농작물 조수입의 1.3~16.2%를 보장하는 수준이다. 농작물재해보험으로 평균수확량의 60~90%를 보장받을 수 있지만, 재해가 발생할수록 보장받을 수 있는 평균수확량이 감소하고 보험료 할증이 발생한다. 이에 기초농업재해보험은 농업재해복구비보다 높고 농작물재해보험보다 낮은 수준인 평균수확량의 55%를 보장하는 상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한편, 농작물재해보험의 가입률이 낮다. 농작물재해보험 대상 품목은 2001년 2개에서 2019년 67개로 확대되고, 가입률은 30%인 것으로 보고된다. 그러나 사과, 배 등 품목의 가입률은 90%로 높고, 대부분 품목의 가입률은 10% 수준이다. 사과, 배, 시설하우스를 제외하고는 거의 보장되고 있지 못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보험가입률이 낮으면 역선택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태풍으로 농작물 피해를 본 적이 있는 농가는 보험에 가입을 하지만, 피해를 본 적이 없는 농가는 가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높아진 손해율이 고스란히 보험료로 전가된다. 이에 기초농업재해보험 가입률을 90% 이상으로 제고시킬 필요가 있다.

기초농업재해보험과 유사한 성격을 가진 미국의 대재해보험(Catastrophic crop insurance, CAT)은 보험료 전액을 연방정부에서 부담한다. 농가는 면적에 상관없이 작물당 300달러 수수료만 부담하면 된다. 미국은 대재해보험 이외에도 민간보험회사가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수입보험을 도입해 1980년대 이전 가입률 30% 수준에서 2012년 90%로 확대했다.

미국과 같이 우리나라도 기초농업재해보험의 보험료 전액을 국비로 부담할 필요가 있다. 모든 농민이 기초농업재해보험을 고용보험처럼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것이다.

이제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위기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상기상 현상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농가경영의 안전망 구축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한번 경영위기로 이탈한 농가는 다시 돌아오기 어렵다. 이제는 농업재해로 인한 손실을 지자체나 농가 개인 부담으로 떠넘길 것이 아니라 국가보험제도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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