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성평등 농촌

  • 입력 2020.08.23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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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농민을 우리는 이 땅의 어머니라 부른다. 여성농민의 굵은 손마디에는 농민으로서의 삶과 농촌여성으로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여성농민은 농업생산의 주체이면서 농촌사회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지역의 리더이나 과거에도 현재에도 제대로 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며 의무만을 강요받은 채 살아가고 있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에서 지난 6월부터 조사한 여성농민 성평등 실태조사 결과는 여성농민들 삶의 무게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농민으로서 직업적 지위, 여성농민의 노동가치, 여성농민의 의사결정 권리, 직업적 역량 등은 농업현장에서 일하는 여성농민들의 노동실태와 권리에 대해 엿볼 수 있다.

가족·마을·일터에서의 성차별, 성평등한 마을공동체 육성, 성폭력과 가정폭력의 설문 조사영역에서는 농촌사회 여성으로 살아가는 여성농민이 차별받는 요소들을 점검해볼 수 있다.

여성농민은 농업생산을 담당하는 한 축이지만 여성농민 실태 자료는 거의 전무한데 여성농어업인육성법에 근거해 5년 단위로 실시하고 있는 실태조사가 유일하다. 이 땅의 여성농민들의 실태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통계자료가 너무나 부족한 현실 속에서 여성농민단체가 주최가 돼 여성농민들의 삶을 생생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실태조사가 이뤄졌다는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

현장의 여성농민들이 직접 마을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설문조사를 했고 여성농민들의 땀과 노력은 그들이 처한 절박한 현실을 바깥세상으로 생생히 드러내준다.

올해는 사람들과의 만남, 사회적 관계형성이 너무나 힘든 상황이다. 코로나19라는 사회재난을 비롯해 냉해와 수해까지 농촌현장에서는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것도 이를 취합하는 것도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성불평등한 현실을 바꿔야 한다는 절박함은 여성농민들에게 힘을 내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현장에서 실천되고 있는 이러한 활동들은 값지고 소중하다. 향후 모습을 드러낼 최종결과도 중요하지만 이를 시작했던 결심과 추진됐던 과정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과정들이 바로 성평등한 농촌사회를 이루는 밑거름이다.

여러 어려움을 직면한 현실 속에 배포된 설문지가 모두 취합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고 그 실태조사 결과가 최종 분석결과로 확인되는 것 역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여성농민들에게 성평등한 농촌은 어떤 모습으로 제안되어질까를 상상해봤다. 물리적인 힘의 관계로 억압받지 않고, 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여성이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것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환경이 최우선 아닐까.

가족, 마을, 일터에서 남성의 역할이 여성의 역할보다 더 높이 평가받는 인식부터 변화돼야 한다. 성불평등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무거운 과제이며 이는 해도 되고 하지 않아도 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여성농민에게 성평등한 환경이 실현되지 않으면 미래의 농업도 꿈꿀 수 없다. 우리 모두를 위한 사회가 바로 성평등한 사회임을 인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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