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는 전환을 요구한다

  • 입력 2020.08.16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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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없던 긴 장마는 전국 곳곳에 큰 피해를 남겼다. 중부지방에는 50일 동안 긴 장마가 이어지며 집중적으로 비를 쏟아냈고 인간이 만든 구조물들을 파괴해나갔다.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이번 폭우는 500년에 한 번 올 만한 규모의 비였다. 문제는 이번 폭우와 같은 예측불가능한 이상기후가 앞으로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예측이 불가능한 이상기후는 너무나 위협적으로 인간을 무력화시켰다. 지난 8일에는 섬진강 제방이 무너지면서 주변마을이 물에 잠겨 큰 피해가 발생했다. 섬진강은 100년에 한 번 내리는 비를 견딜 수준으로 설계됐는데 이번 폭우는 그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기후위기 시대에는 그 어떤 것도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됐다.

섬진강 제방 붕괴는 이명박정부의 4대강 정비사업까지 끄집어내며 정쟁의 중심에 서게 됐다. 정치권은 폭우로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잃어버린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 정당의 중점사업을 띄우는 데만 관심이 있을 뿐이었다. 4대강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생태환경의 파괴를 막고자 했던 사람들이 마치 호우피해를 불러온 사람인 마냥 언급되는 불편한 사태가 발생했다.

과거에 대한 반성이나 엄격한 평가 없이 정권의 입맛대로 진실이 이리저리 옮겨 다닌다는 것을 묵인해 오던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폐단을 확인하게 됐다. 지금 수해를 입은 지역에 필요한 것이 정쟁인지 실질적인 복구지원인지 판단을 못할 리 없을 텐데 그 사실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실감하게 된 이번 집중호우는 우리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남겼다. 지금까지는 기후변화를 위기라고 느끼지 못한 채 무관심하게 지내왔던 인간에게 지구가 주는 경고인 셈이다. 경고를 엄중하게 받아들여 위기를 전환의 기회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야 말로 지금 꼭 필요한 일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뉴질랜드 북부 지역도 500년 만의 폭우로 많은 피해가 발생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코로나19의 사회재난에 이어 500년 만의 폭우라는 자연재난까지 올해는 위기를 체감하게 된 시기가 분명하다.

이번 호우피해에서도 알 수 있듯 취약계층일수록 피해가 더 심각하다. 산사태, 주택, 농경지 침수 등이 발생했고 특히 혼자 거주하거나 고령의 주민들이 입는 피해가 상대적으로 더 컸다. 농식품부가 파악한 농업분야 침수피해 면적은 2만6,432ha로 자연재해에 취약한 농업의 실상을 이번에도 여실히 보여주었다.

식량자급률이 21.7%에 불과한 우리나라는 기후위기로 농업이 타격을 받게 되면 이후 벌어질 일들은 상상조차 끔찍하리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식량은 공공의 영역에서 보장돼야 한다는 것을 공고히 해야 한다.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도움의 손길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북한의 수해도 예년보다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한민족간의 인도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정치권에게 요구되는 것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건강한 토론이고 한민족간의 평화와 화해의 방안 마련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훗날 후손들에게 건강하게 되돌려줘야 할 곳임을 한시라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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