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걸음치는 농협 경제사업

  • 입력 2020.08.16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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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가 2012년 사업구조개편을 하기 전까지 농협 개혁의 핵심은 신경분리였다. 농협중앙회는 신용사업, 경제사업 그리고 교육지원사업을 중앙회라는 단일조직체계에서 운영해 왔다. 이런 구조는 돈이 되는 신용사업에 집중하고 상대적으로 경제사업과 교육지원사업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다.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해 각각의 사업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 농협 개혁의 본질이었다. 농민들은 참으로 오랫동안 신경분리를 요구했고 이명박정부 들어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협개혁위원회에서 농협중앙회 사업구조개편안이 마련됐다.

문제는 농협개혁위 안이 그대로 관철된 것이 아니라 농협중앙회가 메킨지에 의뢰한 용역결과대로 왜곡된 안이 반영된 것이다. 현재의 지주회사 방식이 대표적인 왜곡사례다. 농협법 개정안은 농협개혁위 안이 아니라 농협중앙회의 입맛대로 바뀐 왜곡된 안으로 2011년 국회를 통과했다.

농협의 사업구조 개편은 법 개정과 동시에 시작됐고, 2017년 농협 경제지주·금융지주 등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농협의 사업구조 개편의 가장 큰 목적은 판매농협 구현이다.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잘 팔아주는 농협으로 체질을 바꾸겠다는 것이었다. 농협 경제지주는 2020년까지 산지농협이 출하하는 농축산물의 50%를 팔아주겠다고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의 성과를 토대로 추정한 올해 책임판매실적은 32.52%로 전망된다. 이는 농협 스스로 제시한 목표의 60%에 불과한 실적이다. 부문별로 원예 26.67%, 양곡 44.06%, 축산 30.26%이다. 부문별로 세분해 봐도 목표를 달성한 분야가 없다.

이에 더해 농협 경제사업 평가 총괄 점수는 2013년부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농업경제는 2013년 88.34점에서 연평균 3.30%씩 하락해 지난해 72.24점을 받았다. 축산경제도 2013년 83.08점에서 연평균 4.52%씩 하락해 지난해 62.95점을 기록했다. 이는 결국 경제사업 전반에 문제가 있다는 반증이다.

사업구조개편의 목적이었던 판매농협 구현을 위해 세웠던 경제사업 목표는 달성하지 못하고 경제사업 평가 또한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농협 경제지주는 출범과 동시에 여러 문제를 안고 있었다.

무엇보다 지주회사 방식이 아닌 연합회 방식이 협동조합 원리에 맞는다는 지적은 누차 들어왔다. 경제사업연합회 체계로 개편해 경제사업 주체가 농협중앙회가 아닌 회원조합이 돼야 한다. 이뿐 아니라 농협 경제지주 출범 이후 지역농협과의 사업경합이나 과도한 구매·판매 수수료 등으로 논란 또한 끊이지 않고 있다.

농협법 개정 8년, 사업구조 개편완료 3년을 맞는 지금, 농협 사업구조 개편에 대한 냉정하고 면밀한 평가가 필요하다. 지난 8년간의 사업구조 개편 평가를 통해 농민의 농협을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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