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가축재해보험이 염소농민에게 지나치게 불리하게 개정돼 보험의 실효성을 상실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보험회사는 손해율이 높아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나 가축재해보험이 정책보험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올해 개정된 가축재해보험 정관을 보면 산양(염소)은 보험 범위가 생후 2개월 이상에서 생후 3개월 이상으로 축소됐다. 또, 10㎏ 미만의 염소가 폐사한 손해는 보상하지 않는 조항이 신설됐다. 그러면서 자기부담금은 20%에서 40%로 100% 인상했다.
염소가 질병으로 폐사하면 생후 3개월 이상이어도 10㎏ 미만일 수 있다. 그런데 가축재해보험은 산양에 한해서만 10㎏ 미만은 보상하지 않는다는 단서조항을 달아 사실상 염소만 별도로 제한한 것이다.
보험금 청구시 축산농민의 부담도 늘어났다. 종전까진 기타 행정기관 확인서 등 보험회사가 요구하는 증거자료를 제출하도록 했지만 개정 이후엔 수의사의 진단서 내지는 검안서가 필요하게 됐다.
충북지역의 한 염소농민은 “협의보상가액은 지난해까지 30만원이었는데 22만원으로 낮아졌다. 여기에 자부담금 8만8,000원과 검안료(4~10만원)를 제하면 실보상금액은 마리당 3~9만원 정도다”라며 “보험이라 부를 수 있는지 실효성에 의문이 생긴다”고 전했다.
이 염소농민은 “가축재해보험 확장특약을 가입하면 동사를 제외하고 모든 질병과 재난으로 인한 폐사가 보상이 된다. 따라서 검안은 불필요하다”면서 “지역에 가축을 보는 수의사가 부족한데 산속까지 염소 1~2마리 검안서 작성하겠다고 수의사가 오겠나?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가축재해보험 보험료의 상당부문을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그 보험료는 대폭 인하됐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보험회사와 중앙정부·지자체의 보상 및 지원은 낮아지고 염소농민의 부담만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 셈이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 재해보험정책과 관계자는 “염소는 가축재해보험 손해율이 너무 높아서 상품 개선을 한 걸로 알고 있다”면서 “NH농협손해보험이 제출한 자료를 보면 염소 손해율이 340%나 된다. 통상 100% 미만이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가축재해보험은 농업정책보험금융원에서 사업을 관리한다. 여기서 상품을 개선하면 농식품부에 보고한다”라며 “정책보험이지만 일반보험상품이어서 농식품부가 간섭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