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경산우 비육지원 재개해야

과잉 예견되는데 농식품부 승인 못 받아 사업 중단
현장에선 “이러다 수급조절도 한우개량도 놓친다”

  • 입력 2020.08.16 18:0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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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저능력 미경산우 비육지원 사업을 조속히 재개해야 한다는 일선 한우농가들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대로는 과잉생산을 막지 못하며 한우개량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현장의 판단이다.

전국한우협회(회장 김홍길)와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위원장 민경천)는 지난해 수급조절 방안으로 미경산우 비육지원을 시행했다. 지난해 미경산우 비육지원엔 2,051개 농가가 참여했으며 마릿수는 20만4,891두에 달했다. 올해는 한우자조금이 준비한 사업안이 농림축산식품부의 승인을 받지 못해 중단된 상황이다.

미경산우를 선별해 비육하는 건 한우개량에도 기여할 수 있다. 한국종축개량협회(회장 이재용, 종개협)가 선별한 저능력 암소를 도태시키고 우량한 종자만 후대를 퍼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우협회 관계자는 “미경산우 1두를 감축하면 3년간 약 2.5두, 5년간 약 4.7두를 감축하는 효과가 있다”면서 “앞으로 이력제와 도축장, 판매장에서 미경산우 표시를 의무화하고 브랜드 구축 및 신규시장 개발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겨우 1년동안 시행된 사업이지만 일선 한우농민들의 반응은 뜨겁다. 한우협회가 3,778명의 한우농민들을 대상으로 지난해 10월부터 11월까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경산우·저능력우 사업의 수급조절 효과에 대해 67%가 공감을 표했다(매우 효과적 26.9%, 효과적 40.1%). 또, 저능력암소 사업의 효과에 대해 40.2%의 응답자가 암소개량을 촉진하면서 가임암소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답했다.

전국한우협회 상주시지부는 지난해 미경산우 비육지원 사업에 90개 농가 443두가 참여해 시·군단위에서 가장 많은 두수가 참여했다. 이흥규 한우협회 상주시지부장이 지난 10일 지부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전국한우협회 상주시지부는 지난해 미경산우 비육지원 사업에 90개 농가 443두가 참여해 시·군단위에서 가장 많은 두수가 참여했다. 이흥규 한우협회 상주시지부장이 지난 10일 지부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이흥규 한우협회 상주시지부장은 “내년 설 이후로 소값 하락이 점쳐지고 있다. 축협과 협회에서 계속 소값이 불안하니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교육하고 있다”면서 “미경산우 비육사업이 중단돼 있는데 참여 신청을 문의하는 전화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 올해 만약 사업이 진행됐다면 상주지역에서만 1,000두는 신청했을 것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상주지역은 지난해 90개 농가에서 443두가 미경산우 비육사업에 참여해 시·군단위에서 가장 많은 두수가 참여했다. 이 지부장은 “한 농가당 10두 이하로 진행했다. 이들 암소는 종개협이 혈통을 따져봐서 도태시켜야 할 소로 선별한 것이다”라며 “정부가 가축개량사업으로 해야 할 사업을 한우협회와 한우자조금이 하겠다는데 왜 막는건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이 지부장은 “자체적으로 암소를 비육해서 출하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때엔 저능력우를 가려서 비육하는 게 아니라 되레 자질이 좋은 암소를 비육해 1등급 출현율을 높여 좋은 가격을 받으려 한다”면서 “이대로 내버려두면 소값은 하락하고 우수한 암소는 몇 년 내에 비육돼 사라질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농림축산식품부는 농가의 선택에 맡기자는 입장이다. 박흥식 농식품부 축산경영과장은 지난 6월 열린 한 전문가 토론회에 참석해 “미경산우 도태사업을 보면 암소값을 올리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면서 “농가가 자율로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도태에 참여하는 번식농가에 정액을 우선 배정하는 지원이 바람직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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