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농업·먹거리 대책 빠진 한국판 뉴딜, 전면 재설계해야

  • 입력 2020.08.16 18:00
  • 수정 2020.12.08 16:54
  • 기자명 박종서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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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서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총장
박종서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총장

 

두 달째 이어지고 있는 장마와 폭우로 농촌 곳곳의 피해가 차마 눈으로 볼 수 없을 정도다. 봄부터 시작된 냉해에 이어 병해충 피해와 낙과 피해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으며, 폭우로 농경지가 침수되고 시설 하우스와 축사가 무너지는 등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농민들의 눈물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기후위기에 대한 경고를 넘어 기후재앙이 다가온 것이 아닌가 두렵기만 하다.

지난달 14일 정부는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및 불평등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으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 총 163조의 예산을 투입해 디지털뉴딜과 그린뉴딜, 안전망 강화 등 세 개 축으로 10대 중점과제와 28개 세부과제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뉴딜 계획에 농업·먹거리에 대한 대책이 반영되지 않은 것과 이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농식품 관료들의 무능함에 농업계와 먹거리 단체를 중심으로 강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뉴딜 계획에 포함된 농업 관련 의제를 살펴보면 스마트 물류체계 구축을 위한 통합플랫폼 구축과 농촌 태양광 설치, 노후 농기계 3만2,000대 조기 폐차 지원, 1,200개 마을에 초고속인터넷망을 구축한다는 것이 전부이다. 과연 이러한 대책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농업 분야 핵심 정책과제라 할 수 있는가. 정부의 농업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에 답답함을 감출 수 없다.

필자가 이전 칼럼에서 몇 차례 밝혔듯이 이미 선진국들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식량의 안정적 공급과 생태환경을 중심으로 한 농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 제로 달성을 위해 농업예산의 40%를 관련 사업에 사용하고 있으며, 직불제에 환경친화적인 농업 실천을 연계하고 있다. 그리고 2030년까지 화학농약 50%, 비료사용 20% 감축과 유럽 전 농지의 25%를 유기농업으로 전환할 계획을 수립·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식량 시스템 구축을 그린뉴딜의 중요과제로 포함하고 있다.

이렇듯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전 세계적인 흐름에 역행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은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녹색성장, 창조경제의 연장선으로 국민에게 전혀 감동을 주지 못한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정부는 농업·먹거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뉴딜 계획을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

우선적으로 뉴딜 계획에 포함돼야 할 농업 의제로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 쌀을 비롯한 밀, 콩 등 주요 작물에 대한 자급률 목표치를 재설정하고, 계약재배를 통한 공공수급제 등의 지원정책을 도입해야 한다. 그리고 농지의 소유와 이용에 대한 제도적 정비를 새롭게 하고, 농지의 부당소유 및 타용도로의 전용을 과감히 근절해야 한다.

다음으로 환경친화적 농업으로의 과감한 전환 대책이 필요하다. EU와 같이 2030년까지 화학농약과 항생제 50%, 비료 20% 감축, 친환경농업 30% 육성 등 구체적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논농업을 친환경으로 전환하고, 이를 수매해 학교를 비롯한 군대, 관공서, 병원, 저소득층 등 공공적 영역에 공급하는 등 실질적인 정책이 반영돼야 한다. 그리고 공익형직불제 개편을 통해 농업환경 증진을 위한 준수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실천하는 농가에 대한 직불금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환경친화적인 농업생태계 구현을 위해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을 전 농촌 지역으로 확대 시행하고, 동물복지에 기반한 경축 순환을 기본으로 축산전략을 전환해야 한다.

끝으로 국가 및 지역 푸드플랜을 조속히 확대시켜야 한다. 수입농산물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유통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줄일 수 있도록 로컬푸드를 전면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생산에서부터 폐기까지 지역 내 먹거리가 선순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경제 위기로 인해 취약계층의 먹거리 불평등이 심화되지 않도록 농식품 바우처, 임산부 친환경꾸러미, 과일간식 등 관련 정책을 확대 실시해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지금의 경제위기는 근본적으로 기후위기를 극복하지 않고는 해결될 수 없다. 소수의 전문가와 관료에 의한 정책 설계가 아니라 이제는 현장이 중심이 돼야 한다. 농업과 먹거리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포함해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은 전면 재설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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