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그치니 쏟아지는 농작물 ‘병해충 주의보’

평년보다 일조량 적고 습도 높아 병해충 확산 가능성 급증

  • 입력 2020.08.16 18:00
  • 수정 2020.08.16 18:44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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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11일 전남 나주시 다시면 일원의 밭 일부가 토사에 덮인 모습. 해당 밭에서는 고추와 가지 등 작물 일부가 쓰러졌고 시듦 현상도 나타났다.
지난 11일 전남 나주시 다시면 일원의 밭 일부가 토사에 덮인 모습. 해당 밭에서는 고추와 가지 등 작물 일부가 쓰러졌고 시듦 현상도 나타났다.

 

연일 기록을 경신한 호우와 장마가 차츰 잦아들자 전국적으로 병해충 발생이 심각하게 우려되고 있다.

침수 피해를 입은 논에서는 물이 빠지기 시작할 무렵부터 흰잎마름병 피해가 확인되고 있으며, 도열병과 벼잎집무늬마름병 등은 물론 벼멸구와 혹명나방, 먹노린재 등 해충 발생까지 예상되고 있다. 밭작물과 과수에서도 탄저병과 무름병 발생이 관측되는 만큼 주기적인 예찰과 적기 방제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지난 11일 전남 나주시 노안면 일원에서 만난 농민 심상영(78)씨는 “60년 가까이 농사지었어도 이렇게 비가 계속 많이 온 적은 없었다. 온갖 벌레가 벼 잎사귀를 갉아먹고 있지만 비가 그치질 않아 약을 치기도 난감하다”고 말했다.

대규모 침수 피해가 발생한 인근 다시면의 들녘에서도 물이 빠지며 흰잎마름병 발생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해당 지역 농민은 “논이 침수되며 벼 대롱을 타고 물이 가득 차 있는 상태다. 출수될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다”며 “병충해 발생도 문제지만 장기간 잠겨있던 벼가 제대로 생장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고추 등 노지채소를 재배하는 농민들은 도복으로 인한 생육장해와 무름병·탄저병·역병 등 병해충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과수 농민들은 지난 4월 저온 피해에 이어 장마로 인한 탄저병 및 해충 발생이 심각해 수확 자체를 포기해야 할 정도라고 전했다.

농촌진흥청(청장 김경규, 농진청)에 따르면 벼의 경우 잎집무늬마름병과 이삭도열병 발생이 우려되며 수확을 시작한 고추의 경우 탄저병과 바이러스병에 노출된 상황이다. 시설하우스 및 온실에서 재배하는 시설작목은 높은 습도와 일조량 부족으로 인한 잿빛곰팡이병·노균병 등의 곰팡이병 발생 가능성이 높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 농식품부) 역시 지난 7월 기상여건이 좋지 않았던 상황에서 8월 들어 계속된 집중호우로 일조량이 적고 습도가 높아 농작물 생육과 생산량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병해충이 예년보다 많이 발생했고 향후 확산될 가능성도 높다고 전망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8월 9일까지의 평균기온은 23.4℃로 평년 24.8℃보다 1.4℃ 낮았고, 강수량은 663.2mm로 평년 368.5mm와 비교해 294.7mm 많았다. 반면 일조시간은 121시간으로 평년 219시간보다 98시간 적었다.

농식품부와 농진청은 집중호우에 따른 침수 피해지역이 광범위하고 농작물 이외의 피해규모도 상당한 만큼 농가 단위 자율방제와 지자체 방제장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농협 및 들녘경영체에서 보유 중인 광역살포기와 드론 등 방제장비를 총 동원해 8월 둘째 주 1차 방제를 추진했으며, 이후 발생상황을 감안해 추가 방제를 추진한단 계획이다.

관련해 이충근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시설원예연구소장은 “요즘처럼 오랜 기간에 걸친 국지성 폭우와 강우, 고온은 병해충 발생률을 높이기 때문에 예찰에 의한 조기 방제가 필수다”라며 “작물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병해충 종합 관리 방법에 따라 주기적으로 약제를 살포하는 등 적극적인 방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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