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여성농민의 꿈

  • 입력 2020.08.09 18:00
  • 기자명 강정남(전남 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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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남(전남 나주)
강정남(전남 나주)

장맛비가 와도 휴가는 휴가철인가보다. 휴가, 쉼이 필요한 현대인에게 휴가란 꿈결 같은 소중한 시간일 게다. 농촌은 날이 춥고 더워야 들숨 날숨 쉬듯 간간이 쉴 수 있다지만 휴가철은 휴가철대로 손님맞이에 바쁜 게 사실이다. 도시인은 농촌으로 휴가 와서 잘 먹고 편히 쉬다 가지만 뒤치다꺼리는 고스란히 여성농민의 몫이기에 그리 즐겁지만은 않다. 그래도 형제지간에 이렇게라도 오가니 정겨운 마음에 귀찮음은 뒤로 미루고 그저 반가워 할 뿐이다.

정작, 그렇다면 여성농민에겐 어떤 게 휴가일까? 밭 매다 잠시 잠깐 목 뒤를 스치는 시원한 바람이 휴가이고 밭고랑 다 매고 난 뒤 어둑해질 무렵, 단정히 줄지어 서 있는 콩잎을 보며 흐뭇해하는 것이 휴가일까?

예전엔 그래도 하루 날 잡아서 관광버스 불러 마을 어르신들 모시고 좋은데 가서 맛있게 먹고 고단한 몸, 즐겁게 놀다 오면 더없이 좋았다. 그러나 요즘 코로나 때문에 단체로 어디를 간다는 건 있을 수 없고 집에서 조용히 아무것도 신경 안 쓰고 쉴 수 있는 게 여성농민의 진정한 휴가가 아닐까 싶다.

농업경영인등록체라는 게 있다. 대부분 처음에는 여성농민이 등록하는 일이 없다가 농민수당 등 농업정책에서 농업경영인, 공동경영자로 돼 있어야 대상이 되다보니 늘어나는 추세이긴 하나, 어떻게 보면 농업은 자영업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제도가 아닌가 싶다. 자영업이긴 하나 농업의 특성과 현실 등을 본다면 경영체라고 언어를 업그레이드 해봤자 달라지는 것은 없는데 말만 세련되게 바꿨다 싶다.

그러나 4대보험을 들었다는 이유로 농업경영체 등록에서도 제외되고 농사일은 농사일대로 하는데도 농민수당도, 여성농민행복바우처도 받지 못하는 여성농민이 점점 늘어나는 게 너무나도 안타깝고 화도 난다. 우리네 사는 게 농사일로는 감당이 안 되니 여성농민이라도 짬짬이 농사일 외의 일을 하는 것뿐인데 현실을 외면한 농업정책은 문제가 아닌가 싶다.

투쟁으로 돌파한 많은 일들에 대해 이제는 협상과 타협을 하고 그전보다는 치열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열정적인 삶을 살아온 여성농민의 꿈은 없어지지 않는다. 우리 나이 때가 되면 농사일 때문에 못했던 것도 하고 싶고 어렸을 적 꿨던 꿈도 슬그머니 꺼내놓고 싶은 나이다.

내가 아는 여성농민은 어렸을 적 가난한 살림에 공부를 못했던 한을 풀기 위해 나이 예순을 넘어 학교에 다니는가 하면 그동안 농사일에 지쳐서 못하던 각종 취미와 여가 프로그램을 쫓아다니느라 더 바빠졌다고도 한다.

일한만큼 보람있고 가치있는 사람으로 인정받으며 농촌에서도 충분히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농촌을 기피하는 많은 요소들을 없애고 의미있고 가치있는 직업으로 농사일이 인식이 된다면, 그거야 말로 행복한 일이라 싶다. 지나온 삶들이 후회되지 않게, 앞으로도 쭉 농사를 지으며 살 수 있게 정부와 지자체의 여성농민정책이 됐으면 싶다.

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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