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영어 좀 작작 씁시다

  • 입력 2020.07.26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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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 14일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 발표 자료를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뭔 놈의 영어단어가 이렇게 많아?’였다.

한국판 뉴딜계획의 양대 축이라는 ‘디지털뉴딜’과 ‘그린뉴딜’이란 표현은 시작에 불과하다. ‘10대 정책과제’를 보면 △스마트 의료 인프라 △그린 리모델링 △그린 에너지 △그린 스마트 스쿨 △디지털 트윈 등 10개 중 9개에 영어단어가 들어갔다.

한국판 뉴딜 보고서 내용을 본 이들은 “도대체 뭘 이야기하려는 건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인다. 정작 한국판 뉴딜에 농민·먹거리운동 시민사회가 제기한 ‘우리말로 된, 알아듣기 쉬운 과제’들은 찾을 수 없었다. 농지 보전, 친환경농업 확대, 식량자급률 확보, 직불금 확대 등의 내용 말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본인은 ‘뉴딜’이란 이름부터 탐탁찮다. 뉴딜이 뭔가. 1930년대 초반 미국에서 대공황으로 인한 위기 극복을 위해 펼친 경제·사회정책 아닌가. 하다못해 ‘뉴딜’이란 이름을 차용할 거면 미국의 뉴딜계획이 어떤 내용이었는지 살펴야 하건만 그렇지도 않았다.

정작 미국의 뉴딜계획에 담긴 핵심내용 중 하나는 바로 농업 관련 개혁이었다. 자유시장경쟁에 내몰린 농민들이 농산물 가격폭락으로 어려움을 겪자, 당시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농업조정법을 통해 농산물 수급조절 및 가격폭락 방지대책에 나선 바 있다.

요컨대, 굳이 있어 보이는 영어단어를 갖다 쓰면서 정작 그 안에 내용은 안 채울 거면, 제발 정책당국은 영어 좀 작작 쓰면 좋겠다. 농정분야에서도 ‘푸드플랜’, ‘로컬푸드’, ‘스마트팜’ 이런 단어들에 혼란을 느끼는 농민들이 많다. 굳이 영어표현을 쓰며 지식 자랑하는 것보단, 더 많은 농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우리말로 된 정책’이 중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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