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그린뉴딜과 코로나19 이후의 농정 방향

식량자급률 1%가 증가하면 탄소배출 1% 감소효과가 있다

  • 입력 2020.07.26 18:00
  • 기자명 오순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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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순이 정책위원장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광주전남연합)
오순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코로나19 이후의 농정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고민이 많다. 올해 정부는 코로나19 대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3차에 걸쳐 59조원에 이르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코로나19는 생태계 파괴가 가져온 당연한 결과라는 반성 하에 지금 세계 곳곳에서 기후위기모임들이 생겨나고 있고, 2015년 파리에서 개최된 유엔(UN)기후협약 총회에서는 ‘파리기후협정’을 채택하고 탄소배출을 줄여갈 것을 결의한 바 있다. 이에 우리 정부도 5년에 걸쳐 160조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쏟아 붓는 한국형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했다.

그런데 거기에 쓰이는 예산 항목은 아무리 봐도 그린뉴딜과는 거리가 먼, 재벌 기업을 위한 경제 살리기 정책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 이윤만을 앞세운 마구잡이식 개발과 경제성장만을 최우선 가치로 화석연료를 마구 사용해온 경제체제를 바꾸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녹색 환경을 조성하고, 생태환경과 공동체를 살리는 방향으로 그린뉴딜이 추진될 거라는 기대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생태계와 종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부각시키며 농업예산이 늘어날 거라는 당연한 기대는 1%도 안 되는 예산배정으로 산산조각 났다. 그 1%도 농촌관광상품 할인권, 농어촌 초고속인터넷망 구축, 농업용수 자동 관리화, 수질자동측정망 설치, 간척농지 태양광 설치 등 도대체 그린뉴딜과 무슨 연관이 있는 건지 알 수 없는 예산들뿐이었다.

기존 규모화 중심의 영농은 고투입농법과 생산량 증대에만 열을 올려 토양오염과 환경오염을 초래했고, 공장형 축산방식의 증가는 농업이 기후위기의 주범이라는 지탄을 받게 했다. 그래서 이제는 친환경적이고 생태친화적인 방식의 먹거리 생산과 지속가능한 방식의 먹거리 선순환체계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위해 농민 직접지원 방식으로의 농정 틀 전환이 필요하다. 그런데, 정부부처 합동으로 종합계획을 수립하는데 농림부는 어떤 분야에도 참여부처로 기재돼 있지 않아 문재인정부의 농업 인식에 문제가 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윤추구 중심의 자본주의 개발방식은 생태계 파괴와 엄청난 기후위기를 초래했다. 농촌은 기후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유난히 따뜻한 3월 날씨에 10일 이상 꽃들이 빨리 피더니 4~5월에 때 아닌 우박과 폭설로 전국의 과수농가들이 냉해를 크게 입었다. 주말에 다녀본 과수원들은 과실이 예년의 1/3도 달려있지 않았다. 달려있는 과실도 기형과가 많아 상품성이 떨어지는 게 많았다. 거기에 6~7월 기상이 좋지 않아 세균병이 번져 낙과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농작물재해보험을 든 농가들을 대상으로 지금 손해보험사에선 착과를 조사 중이다. 그러면 뭐하나. 보상기준도 제멋대로인데다, 보상률이 기존 80%에서 50%로 낮아져 보상금액은 턱없이 낮아질 것이다. 올해 냉해를 받은 가지가 많으면 내년 농사까지 망친다고 한다. 그린뉴딜 예산은 이런데 써야 하는 것 아닌가.

코로나19로 인해 농산물 수출국들이 가장 먼저 수출을 봉쇄했다. 마스크 대란처럼 식량대란이 일어나는 가상의 상황을 가정해볼 때 곡물자급률이 21.7%인 대한민국의 식량위기가 가져올 참사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종자, 농자재 등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것들을 국산화해 식량자급력을 시급히 높여야 한다. 그런데도, 추경예산이나 그린뉴딜정책에 식량자급 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예산은 어디에도 없었다.

농민수당과 기본소득을 지급해서 농촌을 살려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는 깡그리 무시됐다.

지난 17일 농특위 농어촌여성정책 포럼이 열렸다. 여성의 법적지위 확보와 농가중심의 농어업경영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농촌은 여전히 전근대적이며, 농업인구의 절반, 농업노동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여성농민은 여전히 무보수 가족 종사자에 머물러 있다. 어촌으로 갈수록 전근대적인 여성차별은 더욱 심하게 나타났다. 여성이 없는 농촌은 지속가능할 수가 없다. 그래서 코로나19 이후의 농정 방향을 세우는데 성인지적 관점이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지금 우리사회는 변화된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고 후대가 살아가야 할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전혀 새로운 방식의 사회시스템을 요구하고 있다. 다시 한 번 말한다. 시대가 변했다. 다 같이 좀 변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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