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시장도매인제 도입, 무엇이 두려운가

  • 입력 2020.07.26 18:00
  • 기자명 김윤두 건국대 교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윤두 건국대 교수
김윤두 건국대 교수

최근 들어 농산물 공영도매시장(도매시장)과 관련해 도매시장법인의 지정제와 수탁독점으로 인한 독점적 시장의 형성, 이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들에 대한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생산자와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개설된 도매시장이 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유통주체 간 경쟁 촉진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현재 도매시장의 농산물 유통체계는 소수의 이익을 위해 다수가 희생되고 있는 비정상적 구조로서 경쟁촉진을 통해 다수의 이익이 보호될 수 있는 농산물 유통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재 약 1조원 규모의 시설현대화사업이 진행 중인 국내 최대 도매시장인 서울가락농수산물도매시장(가락시장)에서는 기존 도매시장법인을 통한 경매 위주의 유통체계와는 달리 유통단계를 축소시킨 수의거래 중심의 시장도매인 도입이 주요 쟁점이 되고 있다.

이와같이 가락시장 내 시장도매인 도입이 쟁점이 되고 있는 원인은 가락시장이 우리나라 도매시장 거래물량 중 34.3%를 점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농산물 기준가격 결정의 중심적 역할을 하는 거대 도매시장이기 때문이다.

농산물 유통의 혁신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도매시장의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 새로운 유통주체인 시장도매인 도입을 통해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도매시장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가락시장 내 시장도매인 도입은 시대적으로 선택이 아닌 필수 불가결한 사명으로 판단된다. 특히, 현재 강서농산물도매시장(강서시장)에서 운영 중인 시장도매인의 운영성과를 살펴보면 가락시장 내 시장도매인 도입의 당위성을 보여주고 있다.

변화하는 농산물 유통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시장도매인과 같은 새로운 유통주체 도입을 통한 경쟁 촉진으로 농산물 유통혁신을 해야 한다. 서울 강서구 외발산동 강서농산물도매시장이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는 가운데 시장도매인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승호 기자
변화하는 농산물 유통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시장도매인과 같은 새로운 유통주체 도입을 통한 경쟁 촉진으로 농산물 유통혁신을 해야 한다. 서울 강서구 외발산동 강서농산물도매시장이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는 가운데 시장도매인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승호 기자

가락시장 내 시장도매인 도입 필수

2004년 국내 최초로 강서시장에서 8억원 이상의 자본금을 확보한 법인 형태의 시장도매인 52개소가 도입됐고 2019년 채소부류 시장도매인 8개소가 추가 지정돼 현재 60개소가 운영 중에 있다. 시장도매인의 도입은 과거 경매·입찰 중심 거래의 문제점을 보완 및 개선하고자 도입됐다. 특히, 농산물 가격 변동성의 완화, 유통단계 축소를 통한 유통비용 절감, 출하자의 출하선택권 확대 등을 목적으로 시장도매인을 도입하게 된 것이다.

2019년 ‘아이엔케이(주)’의 ‘강서농산물도매시장 시장도매인제 운영성과 분석 및 발전전략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시장도매인의 도입은 많은 성과를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첫째, 거래규모의 확대 효과를 들 수 있다. 2005년부터 2018년까지 전국 32개 도매시장의 평균 거래물량은 22.6% 증가한 반면 시장도매인제시장의 경우 동기간 67.5% 증가했다. 특히, 동일 입지조건에서 강서시장 내 경매제시장과 비교할 때 시장도매인제시장의 거래물량 증가율이 39.6%p 높게 나타났다. 또한, 도입초기인 2005년 연간 거래금액 100억원 이상인 시장도매인은 5개소에 불과했으나 2018년 기준 31개소로 개별 시장도매인 거래금액 또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즉, 출하자들의 지속적 선택이 거래규모 성장 측면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였다.

둘째, 가격의 변동성 완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11개 품목(18개 규격)을 대상으로 가락시장 및 강서시장 경매제시장, 시장도매인제시장 간 가격 변동성을 분석한 결과 많은 품목에서 시장도매인 가격 변동성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시장도매인제시장은 출하자의 수취가격 향상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 변동성 분석과 동일한 품목을 대상으로 가락시장 및 강서시장 경매제시장과 시장도매인제시장 간 출하자 수취가격을 비교한 결과 대부분 품목에서 시장도매인제시장의 출하자 수취가격이 높게 나타났다.

넷째, 시장도매인을 도입함으로써 출하자의 선택권이 제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출하자 504명 조사결과 60.6%가 시장도매인 도입이 출하 선택권 확대에 기여했다고 응답하는 결과를 보였다. 즉, 시장도매인은 도입 목적에 부합하는 성과를 보이고 있으며, 도매시장 거래 활성화와 더불어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민들에게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시장도매인제 운영성과는 과거 건국대학교(2013), 농식품신유통연구원(2015)을 통해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확인한바 있다.

올해는 시장도매인이 강서시장에 도입돼 농산물을 거래한 지 16년이 경과한 시점이다. 앞서 살펴본바와 같이 기존 시장도매인은 전국 도매시장 거래규모가 정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양적 성장이라는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경매제시장과 시장도매인제시장이 병행 운영되고 있는 강서시장이 개장한 2004년 2월 이후 다음해인 2005년부터 전국 32개 도매시장 중 거래규모 2위를 달성했다. 그 이후 15년간 전국에서 가락시장 다음으로 2위의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시장도매인제 도입이 기존 경매 중심의 유통체계와 경쟁함으로써 높은 성과를 지속적으로 나타낼 수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현재 시장도매인의 가락시장 도입에 반대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가락시장 시장도매인 도입에 대해서 무엇이 그렇게 두려운가!”

지난 15일 밤 서울 강서구 외발산동 강서농산물도매시장 내 한 시장도매인 매장에서 직원들이 중소마트로 배송될 농산물을 선별한 뒤 상차를 위해 옮기고 있다. 시장도매인 거래는 경매를 거치지 않는 생산자와 판매자 간 일종의 직거래 중개 방식이다.한승호 기자
서울 강서구 외발산동 강서농산물도매시장 내 한 시장도매인 매장에서 직원들이 중소마트로 배송될 농산물을 선별한 뒤 상차를 위해 옮기고 있다. 시장도매인 거래는 경매를 거치지 않는 생산자와 판매자 간 일종의 직거래 중개 방식이다. 한승호 기자

시장도매인제 개선 및 보완도 필요

물론 가락시장 내 시장도매인 도입에 있어 기존 시장도매인의 운영상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개선 및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과거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에서는 도매시장 유통주체가 가장 유의해야 할 출하자 대금정산 문제가 발생했다. 2009년 시장도매인 ㈜백과청과가 부도 처리됐으며, 이로 인해 출하자에게 출하대금 미지급 사태가 벌어졌다. 물론 이와 같은 문제는 2016년 (사)한국시장도매인정산조합의 설립을 통해 출하대금 정산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계기가 됐다.

또한, 최근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A시장도매인이 불법으로 전대를 했으며, 이로 인해 출하대금 미지급, 반입물량에 대한 미신고 등의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발생했다. 전대는 시장도매인 또는 중도매인이 타인에게 점포를 임대해주고 그 대가를 받는 행위로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에서도 이를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일부 시장도매인의 불법전대는 시장도매인제의 제도적 우수성으로 인한 긍정적 성과를 잘못된 운영으로 모든 것이 무위로 돌아갈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시장도매인에 대한 경쟁 촉진을 유도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즉, 위법행위 및 불건전한 시장 환경을 조성하는 시장도매인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퇴출시키고 능력을 갖춘 신규 시장도매인이 진입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출 필요가 있다. 즉, 시장도매인 역시 경쟁 촉진을 통해 보다 건전한 거래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판단된다.

필자는 지난 <농사직썰>에서 도매시장법인은 5~10년 지정 유효기간을 보장받고 있으며, 가락시장 도매시장법인은 개장 이후 35년간 단 한 번도 재지정에서 탈락한 사례가 전무하다는 문제점을 지적한 바가 있다. 시장도매인 또한 예외가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된다. 즉, 철저한 평가 과정을 거쳐 시장도매인의 발전, 나아가 도매시장 및 농산물 유통의 발전을 저해하는 시장도매인에 대해서는 재지정을 취소할 수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

시장도매인은 과거 전통적인 유통주체와 달리 수집과 분산의 역할을 모두 수행함으로써 보다 확대된 역량이 요구되고 있다. 즉, 시장도매인 신규지정 시 보다 명확한 기준을 바탕으로 역량을 갖춘 시장도매인을 지정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시장도매인 진입장벽의 완화와 능력 있는 시장도매인 선정은 시장도매인 간의 경쟁 촉진과 도매시장 내 유통채널 간의 경쟁을 촉진시켜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이 앞으로 나아가는 길은 아무도 걷지 않은 눈밭에서 발자취를 남기듯이 농산물 유통에서 새로운 이정표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앞으로 가락시장 시설현대화사업을 통해 시장도매인이 도입됐을 때 현 시장도매인 운영 경험에서 개선해야 할 과제들을 보완함으로써 안정적인 운영 기반이 마련돼야 될 것이다.

농산물 유통의 혁신을 위해서는 실패를 두려워하는 이들 혹은 시도하지 않을 빌미가 필요한 이들에게 보다 확실한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국내 유일한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은 보다 완벽을 기해야 할 것이다.

또한, 강서시장을 관리·감독하는 주체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명확하고 구체적인 기준을 바탕으로 거래를 규제하지 않는 수준에서 유통주체에 대한 엄격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농림축산식품부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보호하는 도매시장 설립목적에 맞는 정책을 실현해야 할 책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회피하고 소수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무사안일(無事安逸)로 일관한다면 이는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그 피해가 온전히 돌아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며, 현시점에서는 덮을 수 있을지라도 역사에 진실이 남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도매시장을 중심으로 한 농산물 유통은 1985년 가락시장 개설 이후 현재까지 35년간 지속돼오고 있다. 이 기간의 절반 수준인 시장도매인 운영 기간 중 성과와 문제점이 공존해오고 있으나 도입목적에 부합한 성과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가 변화하는 농산물 유통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농산물 유통혁신이 필요하며 이와 같은 혁신을 위해서는 시장도매인과 같은 새로운 유통주체 도입을 통한 경쟁촉진으로 도매시장 개설 목적에 부합한 성과를 확대하도록 각 주체들이 노력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농정에 대한 속시원한 돌직구, ‘농사직썰’을 매월 1회 게재합니다.

키워드
#농사직썰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