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노동자여 돌아오라

농업선진국은 지금

  • 입력 2020.07.17 13:56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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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지난해 10월 21일 충북 괴산군청에서 절임배추 생산농가의 일손을 돕기 위해 입국한 78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 환영식이 열리고 있다. 괴산군청 제공
지난해 10월 21일 충북 괴산군청에서 절임배추 생산농가의 일손을 돕기 위해 입국한 78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 환영식이 열리고 있다. 괴산군청 제공

 

국민들의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인구 고령화가 심해지는 한편 자국민들은 농업노동을 기피하는 현실 속에서, 앞서 같은 현실을 겪었던 선진국들처럼 우리도 외국인에게 농촌노동을 맡기는, 당연하다면 당연한 수순을 밟은 지 꽤나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계절노동자 도입이 제도화된 것은 불과 5년 전입니다. 우리가 농촌 노동을 본격적으로 외국인에게 맡긴 시기를 보통 2000년대 초반으로 보는데, 때문에 인력을 필요로 하는 많은 농가들이 그동안 합법적이지 못한 방법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력이 필요한 농가들은 대부분 수확철과 같은 한시적 시기에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싶어 하는데, 지금껏 그런 형태의 노동비자가 허용되지 않았거든요. 말하자면 이런 수요가 미등록 체류자들을 양산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2015년 시행된 시범사업을 거쳐 2017년에 계절근로자 제도가 도입되기는 했지만, 아직은 공급도 턱없이 부족하고, 체류기간도 매우 짧아 미등록 체류자에 의한 노동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계절근로자 제도를 오래 전부터 시행하고 있던 나라는 어떨까요. 국외 출신 노동자들을 받아들인 지 이미 오래된 프랑스에서는, 이들의 입국을 빡빡하게 제한하는 것은 오히려 불법체류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프랑스는 현재 농업 노동 인구의 80%가 외국인으로 추정됩니다.

의회의 행정부 통제 권한을 중요하게 여기는 프랑스에서는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의제가 발생했을 때 상·하원의원들 스스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사위원회(Commission d'enquête)’를 구성할 수 있는데요. 지난 2006년 프랑스 상원에서는 ‘불법 이민 : 용납할 수 없는 현실과 단호하고 정의로우며 인도적인 대응에 대해’라는 제목의 조사위원회 보고서를 냈습니다. 이 보고서는 당시 프랑스에서 이미 시행 중인 계절근로자 제도(carte de séjour - travailleur saisonnier)에 대해 다음과 같은 권고를 합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을 위한, 다년간의 거주자격제도를 만들어라.”

‘계절적’으로만 머무는 계약인데 ‘다년간’의 거주 자격이라는 건 무슨 이야기일까요? 당시 프랑스의 계절근로자 제도는, 외국인 노동자가 고용주 요청에 의해 입국해 최장 6개월을 머물다 돌아가는 형태였습니다. 조사위원회를 만든 의원들은 행정부를 조사한 결과 이들이 계약기간이 끝나도 돌아가지 않는 사례가 많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직접 확인합니다.

그 이유는 노동자들이 다시 프랑스로 돌아올 수 없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었죠. 그런고로, 어차피 이들 없이 농업을 유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니 만큼, 계절적으로 일하되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보장하자는 내용을 해결책으로 내놓은 것입니다. 제도는 실제로 그렇게 바뀌었습니다. 현재 프랑스의 계절노동자 거주허가는 3년 동안 유효하고, 노동자는 이 기간 동안 농장주와의 사전 계약을 전제로 매년 6개월의 체류를 할 수 있습니다. 기한 만료 2개월 전이 되면 거주 자격을 또 다시 갱신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도 현재 3개월에 불과한 계절노동자 체류기간을 늘리는 한편, 재입국도 보장하는 제도를 검토하면 어떨까요? 저희가 지금껏 취재한 결과 농가들은 일이 손에 익을만하면 돌아가야 하는 짧은 체류기간(3개월)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미 농촌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로 인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재입국이 보장된다면야 굳이 불법체류의 위험을 무릅쓰며 농장을 전전하겠다는 선택을 하는 외국인 노동자들 역시 꽤나 줄어들지 않을까요?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해 국가 안전망의 중요성이 톡톡히 드러난 지금, 양성화의 확대는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도 국가의 관리 아래 농촌 노동력의 기반을 유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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