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장마철 모기 물리치는 신박한 방법

  • 입력 2020.07.12 18:00
  • 기자명 권혁주(충남 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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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주(충남 부여)
권혁주(충남 부여)

5월말부터 찾아온 이른 여름 날씨로 농민들은 매일매일이 고난의 연속이다.

코로나19의 습격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충격과 공포로 민초들의 삶의 좌표를 뿌리째 흔들어 놓아버렸고 그 후로 오랜 시간동안 여전히 진행 중이다. 뉴스 한켠에선 동아프리카를 황폐화시키고 인도와 파키스탄을 거친 메뚜기 떼의 공격이 중국을 향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제 본격적인 장마철로 접어들었다. 땀이 많은 체질로 태어난 나는 여름철이 여간 고역이 아닐 수 없다. 한여름 냉면 먹으면서도 땀이 쏟아지니 점잖은 장소에서 식사하려면 늘 긴장의 연속이다. 그렇다고 이렇게 낳아준 부모님을 탓해서도 안 될 일이다. 나를 똑 닮은 9살 막내아들은 마스크를 두른 채 매일 땀투성이로 학교에서 돌아오니 안쓰럽기 그지없고 미안함에 뭐라 할 말이 없을 지경이다.

땀을 쏟아내는 건 시원한 무언가를 찾으면 바로 해소되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두려운 것은 장마철 마주치는 모기와의 대면이다. 일할 때 항상 신고 있는 남청색 장화를 제외하고는 팔다리, 얼굴, 엉덩이 등 안 물리는 곳이 없으니 더운 날 일하는 ‘두려움’보다 놈들에게 물리고 난 후 찾아오는 ‘가려움’이 더욱 공포스럽다. 적당히 살찌고 모기 잘 타는 나 같은 사람은 모기들을 도무지 긍정적으로 대할 수 없다. 살이 드러난 부분은 당연히 모기의 1차 표적이며 웬만한 옷까지 뚫고 물어대는 억센 모기의 습격으로 인해 가려워서 긁다 보면 결국 피를 보곤 한다.

과연 모기의 공습으로부터 방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궁리 끝에 인터넷을 뒤져 모기의 특성과 모기 퇴치법을 공부해야만 했다. 모기 퇴치용품을 검색하고 관련 동영상을 찾아보길 몇 시간 만에 인터넷에 떠도는 이른바 ‘신박템’인 모기퇴치기를 6만원이나 들여 구매했다. ‘윙윙윙’하며 거추장스런 소리를 내뿜는 걸 꾹 참아내며 번거롭지만 모기퇴치기를 손목에 매달아보고 목에도 걸어두면서 하루 동안 사용해봤다.

역시나 기대는 잠시뿐이요, 후회는 영원할지어다. 경제적 관점으로 보면 투자 대비 효과는 거의 없는 헛발질을 해댄 셈이다.

모기 쫓아내는 것도 이렇듯 고통과 후회를 동반한 노동이 뒤따르는데 농사뿐만 아니라 세상일 어디 맘먹은 대로 되는 것이 있겠는가. 농업문제를 두고 우리 사회 모순의 완결판이라 일컫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 말은 농업정책이 평생 농사를 규정짓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끔 편의적 사고와 요행으로 똘똘 뭉친 나랏일 하는 무리들이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려 한다. 박멸해야 할 모기만큼 없어져야 할 무리들도 여전히 건재하다. 모기퇴치기로 단박에 모기를 물리칠 수 없다는 걸 알았으면 한다.

한여름 뙤약볕에도 모기와 싸워가며 농사일을 견디고 현장을 지키는 수많은 농민들에게 뜨거운 연대와 경의를 보낸다. 여름이 지나 찬바람이 불며 추위가 찾아오면 모기와의 싸움을 아름다운 추억쯤으로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모기와의 전투에서 승리하는 유일하고 신박한 방법은 버티며 싸워 이겨내는 것임을 이제사 미련하게 알아차렸다.

<주> 신박하다: ‘새롭고 놀랍다’란 뜻으로 신기하면서도 참신한 경우에 사용되는 신조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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