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농업·농촌의 현실 외면한 농업정책, 누구를 위한 것인가

  • 입력 2020.07.12 18:00
  • 기자명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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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1995년 겨울부터 지금까지 거의 25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내가 전남 해남이란 곳에 정착해 농사를 지은 기간이다. 그런데 25년이란 시간동안 내가 주변에 이야기하고 외친 소리나 구호는 별반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아님 어쩜 동일하다는 생각이 든다. 개방농정에 따른 문제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일까? 아님 무슨 다른 이유라도 있어 25년이란 시간동안 농업, 농촌 문제는 그대로인 걸까?

농촌은 내가 처음 해남에 정착했던 25년 전이나 지금이나 농민들이 삶을 살아가는 공간이고 농업의 생산 활동이 이뤄지는 곳이다. 즉, 농민이 없으면 농촌은 존재치 않을 공간인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농업, 농촌에 대한 국가 정책에서 농민들의 역할은 무엇이었을까? 그 공간을 살아가는 당사자임에도 과연 농민들은 어떤 역할을 하였는가? 25년 전이나 지금이나 농민들은 농촌이란 공동체를 형성하고 삶의 방식으로 생산 활동을 지속하면서 농업을 형성하고 있기에 자신들의 삶의 터전에 대한 목소리를 내왔다.

정부는 농민들의 목소리를 정부 정책으로 담을 필요성을 못 느꼈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농민들의 목소리를 탄압하거나 무시했기 때문에 투쟁이 발생했고 결과적으론 정부와 농민 간 힘의 대결로 농정의 중요사안을 타협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농민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정부의 모습이 독재정권의 잔재여서 내부적으로 변화하려 노력한다거나 이제는 협치를 통해 농민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려한다고 항변할 수도 있다. 과연 그럴까? 먼 시간의 일이 아니라 근래의 상황을 돌이켜보면 기초뿐만 아니라 광역지자체에서 협치의 모델을 만들고 그 안에서 주요한 지역 농정의 틀을 짜고 있을 때 정부는 어떠했는가? 주요농산물 최저가격보장 조례를 지역에서 제정하려는 움직임에 정부는 공문을 통해 불가를 명령했고 농민수당을 도입하자는 농민들의 외침과 요구에도 정부는 귀 기울이지 않았다. 두 가지 사안은 농민들이 주민발의로 조례를 제정한 사안이다.

현재 진행 중인 사례가 있다. 농산물 유통관련 사안이다.

2019년 모든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자 대통령이 근본적 대책을 수립하라는 지시를 내리게까지 된다. 농민들은 정부와 협의를 진행하며 자주적이면서 법률로 보장받는 품목별 대표조직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조건으로 유통혁신, 자율성 보장, 수입대응, 정부정책 강화를 걸며 양파, 마늘 의무자조금에 동의한 바 있다. 매년 반복되는 농산물 가격 폭등락을 해소하는데 생산자들의 자발적 의지가 조금이나마 역할을 한다면 함께하겠다는 동의였다.

하지만 결국 양파, 마늘 의무자조금은 4가지 전제조건은 어디로 사라지고 의무자조금 결성에 따른 대의원 구성만 쟁점으로 남았다. 전제조건 중 자율성과 유통혁신은 이후 농산물 가격 정책이 어디를 중심으로 짜여질지 가늠할 수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농민들의 목소리는 또 묻힐 것 같다.

이런 결론은 전남형 공영공판장 개설관련 농특위 현장토론회에서 보인 정부 담당자와 학자의 발언에서 유추할 수 있다. 자신의 농산물을 경매로 한 번이라도 내본 사람이라면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논리를 앞세워 무식한(?) 현장의 농민들에게 제도를 탓하지 말고 더 경쟁하라고 다그치는 그들이 농업정책을 쥐고 흔드는 한 장담컨대 농민의 목소리는 그냥 외침일 가능성이 많다.

어떤 농업정책이든 농촌 공동체를 구성하고 그 속에서 삶을 살아가는 농민의 현장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으면 그 정책은 농민의 것이 될 수 없다.

25년 전이나 지금이나 내가 외치는 구호가 별반 달라지지 않은 이유는 그때나 지금이나 농민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그럴 것인가? 이제 그만하자. 그리고 농민을 믿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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