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은행, 공공재 성격 강화해야

  • 입력 2020.07.12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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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농어촌공사는 농지은행의 발전을 위한 농민단체 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 30여년간 변화 발전돼 오고 있는 농지은행 사업에 대한 역할을 재정립하는 자리였으며 농지은행의 중장기비전을 마련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농업생산 기반인 농지가 줄어가는 현실에서 농지은행의 역할은 막중하다. 초기에 농지은행은 농지의 중개 기능만을 담당하다가 2000년대 들어 농지의 수신과 여신 및 수탁 기능도 담당하게 됐다. 농지은행은 임대수탁사업을 통해 임차농민과 농지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과도한 이자와 수수료로 농민들의 부담을 가중시켜 왔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농지은행을 통해 농지를 임차할 경우 지역의 통상 임차료 수준보다 훨씬 웃돌았다는 사례는 농지은행으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농업에 진입하는 청년농이나 귀농인이 수월하게 농지를 임차할 수 있게 농지은행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신규인력이 농업에 진입하기 힘든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농지를 구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농지은행은 이러한 사람들에게 농사지을 땅을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빌려줘야 하지만 매입가격과 현실가격의 괴리로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는 문제 등 한계를 갖고 있다.

현재 농업계가 해결해 나가야 할 가장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 바로 농지문제다. 가장 시급하게 그리고 모두가 힘을 합쳐야만 풀어낼 수 있는 어려운 과제이기도 하다. 농지는 지금 이 시간에도 끊임없이 잠식당하고 있다. 개발을 이유로, 신재생에너지를 설치한다는 이유로 잠식되고 훼손되고 있다.

농가소득 창출, 농촌개발이라는 미명 하에 이제는 절대농지인 농업진흥구역까지 자본이 침범해 들어오려고 한다. 농업진흥구역은 농지가 집단화 돼 있어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보전하려는 농업 목적의 지역이고, 국민의 생존 보장을 위해 식량을 생산하도록 지정·보전 중인 최소한의 지역이다. 이러한 농업진흥구역마저 훼손된다면 식량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적정농지의 확보는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

헌법에서 보장하는 경자유전의 원칙을 기반으로 우량농지를 확보하고 보전해야 하는 것이 농지법이다. 하지만 현행 농지법은 그러한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한 채 누더기법이 돼 있다. 농지법에 예외규정을 둬 비농민의 농지소유를 광범위하게 인정하기 때문에 농사짓는 농민이 아닌 사람이 농지를 소유하는 사례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농지은행이 공공재로서 제 기능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농지는 투기의 대상이 아닌 공공재라는 인식이 전제돼야 한다. 독일이나 프랑스 등에서 공공재적 측면에서 농지 관련 제도를 운영 중이라는 것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이 크다. 유럽처럼 농지를 강제로 매입할 수 있는 권한인 ‘선매권’ 제도와 같은 강력한 권한이 주어질 필요도 있다.

비농민 소유 농지를 농지은행에서 매입해 농사짓기를 희망하는 농민에게 제공해 줘야 한다. 농지매입비축을 통해 식량자급률을 지킬 수 있는 생산기반을 확보하며 농지가 농업목적으로 계속해서 유지될 수 있도록 농지은행이 역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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