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트랙터, 최북단 도라산역서 북녘 올라갈 날 기다린다

전농, 파주에 있던 트랙터 민통선 내 물류센터로 옮겨

  • 입력 2020.07.08 10:23
  • 수정 2020.07.08 13:27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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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지난 7일 경기도 파주시 월롱면에서 기본 점검 후 재가동을 마친 통일트랙터 한 대가 이동을 시작하고 있다.

지난해 4.27 판문점선언 1주년 기념 통일품앗이 전국농민대회가 열릴 당시 넘어가지 못한 통일트랙터들이 새 보금자리를 찾았다. 통일대교 너머 민간인통제구역 내 도라산역 물류센터에서 머물며 북측으로 올라갈 날을 기다리게 된다.

지난 2018년 말에서 2019년 초에 걸친 전국민 모금으로 통일트랙터 27대가 마련된 뒤 판문점선언 1주년을 맞아 임진각에서 열린 전국농민대회를 통해 첫 선을 보였지만, 북으로는 올라가지 못한 채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주차장에 그대로 남았다. 이후 공원을 찾는 관광객들의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파주시는 전농에 이동을 요구했고, 통일트랙터들은 그해 91번 국도에 접한 파주시 월롱면의 한 공터로 옮겨져 지금까지 주차돼 있었다.

이곳은 본래 미군기지 캠프 에드워드로 쓰이다 반환된 부지로, 곧 한국폴리텍대학 경기북부캠퍼스가 들어설 예정이라 트랙터들은 새로운 임시거처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새 거처는 남북관계 경색으로 사실상 가동이 중단돼 비어있는 도라산역 물류센터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박흥식, 전농) 관계자는 파주시 소개와 물류센터 운영을 맡고 있는 CJ대한통운 측 제안으로, 민간인 통제선 내 도라산역 물류센터에 트랙터를 두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7일 박흥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이 배터리가 방전된 트랙터를 정비하고 있다.
지난 7일 박흥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이 배터리가 방전된 채 방치된 통일트랙터를 정비하고 있다.

지난 7일 전농 경기도연맹(의장 이길연)·강원도연맹(의장 전흥준) 회원들이 다시 찾은 통일트랙터들은 위태로운 모습으로 버티고 있었다. 트랙터에 덮어둔 방수포들 가운데 대부분은 오랜 시간 풍파를 견디다 못해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으며, 일부는 배터리가 전부 방전돼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한 대는 탑승문이 파손돼 실내가 완전히 드러난 모습으로 발견되기도 했다.

심각한 보관 상황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추가 부착장치인 로더와 로터베이터를 포함해 전반적인 가동 상태에는 이상이 없었다. 기본점검과 시동절차를 마친 농민들은 경찰 협조 아래 파손된 1대를 제외한 25대의 트랙터를 몰고 통일대교 남단 민간인 통제선으로 향했다. 이후 군의 출입허가를 받은 뒤 민통선 내 도라산역 물류센터까지 통일트랙터를 옮기며 별다른 사고 없이 보관 절차를 마쳤다.

통일트랙터들은 이제 비바람을 피하며 남북협력이 재개되는 날을 기다릴 수 있게 됐다. 전농은 통일트랙터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결의한 대북제재를 위반하는 군사장비가 아님을 인정받기 위해 유엔에 제재면제를 신청하고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7일 경기도 파주시 민간인통제구역 내 도라산역 물류센터에 통일트랙터들이 들어가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제공
지난 7일 경기도 파주시 민간인통제구역 내 도라산역 물류센터에 통일트랙터들이 들어가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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