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농업분야 민·관 빅데이터 거버넌스 구축해야

  • 입력 2020.07.05 18:00
  • 기자명 백혜숙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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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혜숙
백혜숙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전문위원

 

노콘택트(no-contact), 터치리스(touchless) 등으로 표현되는 언택트(untact) 시대가 도래했다. 더 나아가 인공지능(AI), 로봇 배송과 같은 첨단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비대면 서비스와 온라인으로 쌍방향 소통이 강화되고 다양해지는 온택트(ontact, 언택트에 온라인 연결(on)이라는 개념이 더해진 뜻) 시대가 예측되고 있다.

온택트 시장에서는 강화된 소비지와 생산지의 연결성을 통해 유통단계가 대폭 줄어들 것이다. 또한, 초연결·지능사회를 특징으로 하는 4차 산업의 발달에 힘입어 빅데이터를 활용한 소비자 맞춤형 농산물 판매가 확대될 것이다. 이는 농업의 스마트화와 외연 확장에도 기여하게 된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이 지난해 5월 발간한 ‘4차 산업혁명과 사회적 가치 창출’ 보고서에 의하면, 블록체인(Blockchain)의 투명성과 추적 가능성이 사회적 가치를 확장하고 환경을 보호하며 사회 구성원과의 신뢰를 더욱 높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제구호개발기구인 <옥스팜> 사례를 소개했다.

<옥스팜>은 2018년 8월부터 캄보디아에서 ‘블록라이스(BlocRice)’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는 공정거래의 가능성을 높인 프로젝트로, 쌀 수확 시점부터 최종 소비자 구매 단계까지 모든 과정을 블록체인에 기록하고 각 단계의 거래가격을 확인할 수 있다.

네덜란드는 화훼의 생산-거래-수출-소비 가치사슬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맞춤형 생산과 시장예측을 강화하는 빅데이터농업시스템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인도 정부는 소규모 농민들을 위해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기반의 e마켓플레이스인 ‘Agri10x’와 제휴를 맺었다. 마을 단위의 소농들이 정부가 운영하는 공용 서비스 센터를 통해 Agri10x 플랫폼에 상품을 등록하고 원격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실시간으로 판매 데이터를 전송함으로써 농민들이 때맞춰 수확할 수 있고, 스마트 계약을 통해 판매액 전액을 제때에 지불받는다고 한다.

중국의 알리바바는 2009년부터 농촌 지역에 전자상거래 인프라를 구축하고, 지난해에는 4,000개가 넘는 지역을 ‘타오바오촌’(타오바오 온라인 몰 거래가 활발하거나 거래 규모가 약 17억 원 이상인 마을)으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헝그리 하베스트는 농업 분야의 사회적 기업으로, 농장과 포장시설, 도·소매 업체 등에서 언제 얼마만큼의 농산물이 생산·포장·거래되고 폐기되는지, 폐기용 농산물을 얼마에 구입해 얼마에 팔 수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 분석 및 예측 시스템을 갖췄다고 한다.

농업의 가치사슬 각 단계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활용하면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되고, 각 단계의 데이터를 결합·분석하면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농협은 소규모(0.5㏊ 미만), 중규모(0.5㏊ 이상~2㏊ 미만), 대규모(2㏊ 이상)로 농가를 구분해 농업소득 증대를 위한 영농규모별 맞춤사업을 추진한다. 농협의 이런 맞춤사업과 연계해 가락시장에 출하자(생산자)로 등록된 약 15만 농민들의 영농규모를 분석하려고 했지만 할 수가 없었다. 데이터 단절 때문이었다. 데이터는 단절되거나 왜곡되지 않고, 유통처럼 물 흐르듯 연계돼 흘러야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가락시장 스마트마켓 구축을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세 가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첫째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가상공간에 실물과 똑같은 물체를 만들어 다양한 모의시험을 해 보는 기술)을 활용한 ‘관리·운영의 데이터화’며, 둘째는 빅데이터·AI·IoT 등을 활용한 관리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수급 안정 및 물류 효율화를 이루는 ‘도매시장 기능의 고도화’, 셋째는 ‘O2O 및 언택트 산업 기반 조성’이다. 경남도는 이미 올 4월부터 ‘농산물 생산조정 빅데이터 정보시스템’을 통해 가격예측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는 ‘빅데이터전략담당관’을 신설했다. 농림사업정보시스템(AgiX)을 중심으로 생산, 유통, 소비 단계별 농업분야 공공·민간 빅데이터를 수집·통합한다는 계획이다. 지능형 농업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을 과제로 삼았다.

그런데 부족해 보인다. 한발 더 나아가,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전방 및 후방산업의 사업화를 목적으로 하는 스마트 농업의 취지에 맞게 민·관 빅데이터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이 거버넌스가 품목별 농산물 생산자단체,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 농촌진흥청, 33개 공영도매시장, 전국 생협 매장 등을 망라한 농업의 가치사슬 전 단계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민간이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실용화하고 관리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수많은 농업 주체가 손쉽게 농업 관련 빅데이터를 접하고, 분석·활용할 수 있게 뒷받침해야 한다. 그러면 농민은 최적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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