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유튜브와 여성농민

  • 입력 2020.07.05 18:00
  • 기자명 강정남(전남 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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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남(전남 나주)
강정남(전남 나주)

요즘 유튜브가 대세이다 보니 별걸 다 유튜브로 접한다. 시사부터 문화·경제 등등. 친구가 오늘 잠깐 짬을 내서 놀러왔다. 그 친구 하는 말이 요즘 유튜브에 푹 빠져있다면서 특히 고추농사에 푹 빠졌다고 한다. 이곳 나주는 주 작목이 배인지라 배 이외에는 관심 없다던 친구가 요즘 다양한 농사가 재미있다고 한다.

젊을 때는 몰랐던 다양한 밭작물 키우는 재미도 있고 특히 어떤 농사에서 자기만의 기술로 성취감을 맛보고도 싶은가 보다. 나이가 든다는 게 그런 것인가 보다. 앞만 보고 전진하는 젊음도 때론 필요하지만 시야가 넓어지는 눈과 마음이 뒤따르는 게 있는가 보다.

그 친구네 동네에도 비슷한 또래 부부가 있는데 서울에서 시집온 여성농민이고 근래에는 친언니도 그 동네로 귀촌했다. 그 언니는 동생이 여름에 농약줄 잡아주러 논에 간다고 하니 “아니 어떻게 여자를 농약줄을 잡게 하냐”면서 놀랐다고 한다. 이야기를 전하는 그 친구나 나나 웃음이 뻥~ 동시에 터지고 말았다. 농촌에 살면서 농약줄 잡는 건 기본이라 생각했는데 도시생활만 한 사람들 눈에는 다르게 비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느꼈다.

다시 유튜브 얘기로 돌아와서, 접하는 기술이 고추농사와 관련된 것이라 좋긴 한데 종종 결국 농약광고로 이어지는 유튜브가 많아서 기껏 보면서도 결국은 ‘이러이러하니 이런 농약을 써라’ 하는 것으로 마무리할 때는 화가 나기도 한다고 한다.

유튜브의 장점은 보면서 많은 지식을 접하는 것이지만, 단점은 검증되지 않은 수많은 주관적 경험을 절대적으로 믿게 한다는 것이다. 어떤 내용은 무슨 탄저병에 락스랑 소금물을 쓴다든지 하는 정말 위험하고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그대로 쏟아내면 어쩌란 것인가! 자칫 솔깃하여 따라하다가는 1년 농사를 망친 뒤에 탓을 해봤자 늦는 것 아니겠는가!

이곳 나주는 여성농업인지원팀이 신설되어 활발한 사업을 하고 있다. 그 중에 1년에 한 번 정책토론회와 함께 진행되는 ‘나만의 농사비법’ 프로그램이 있다. 차라리 그것을 전문팀과 함께 검증을 하고 유튜브로 만들어서 널리 함께 즐거운 농사를 지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책자로는 만들었지만 그래도 영상이 더 빠르게 전달되니 효과적이라 본다. 그러면서 일방적 전달이 아니라 내용을 공유하면서 실천에서 생기는 문제들이나 더 좋은 방법들을 서로 교환할 수 있는 여성농민 전문 유튜브 채널이 하나 있었으면 정말 좋겠다.

세월이 하도 앞질러 가다보니 뒤따라가기 바쁘지만 좋은 것은 빠르게 받아들여 우리가 소화했으면 한다. 거대한 정보의 바다에 종이배를 띄우면 망망대해를 건너는 것이지만 큰 배를 띄우면 손쉽게 건널 수 있는 것이니 농업관련 행정은 부디 이런 것들을 지원했으면 한다. 아울러 요즘 고추농사에 푹~ 빠져있는 그 친구에게 많은 격려와 희망이 함께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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