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질된 급식꾸러미사업 바로잡아야

  • 입력 2020.06.28 16:27
  • 기자명 한국농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초·중·고등학교의 개학이 늦어졌고 학교급식도 할 수 없었다. 학교급식용 농산물을 계약재배하던 농민들에게는 출구가 막힌 것이다. 개학에 맞춰 길러온 농산물은 사용처를 찾지 못하게 됐고 농민들의 피해는 눈덩이가 됐다. 궁여지책으로 농민들이 찾은 대책 중 하나가 학교급식용 농산물을 꾸러미로 묶어 학생들 가정에 공급해 달라는 것이었다.

긴급한 상황에 비하면 다소 늦었지만 지난 4월 27일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에서 ‘학생 가정 농산물 꾸러미 지원사업’ 관련 당·정협의회를 개최했다. 이날 당·정협의회에서는 8개 시·도 초·중·고등학생 364만명의 가정에 꾸러미를 공급하기로 확정했다. 이와 함께 온라인 쿠폰 또는 농축수산물 전문 매장에서 직접 사용할 수 있는 구매쿠폰 지급 방식도 병행하겠다고 했다.

이후 참여 지자체가 늘어나면서 꾸러미 사업은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당정협의 결과는 학교급식 계약농가들에게 가뭄의 단비 같은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러나 실행과정에서 원래의 취지와 다른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 학교급식 계약 농가들의 실망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경기교육청은 꾸러미 품목의 학교자율 선택 지침을 내려 그 폐해가 더욱 크다. 12일 현재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의 꾸러미, 즉 경기도 친환경 계약재배 농산물이 담긴 꾸러미는 총 1만7,700여개가 신청됐다. 경기도 내 초·중·고등학생 수가 약 169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학교급식 계약재배 농가들의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시작된 ‘학생 가정 농산물 꾸러미 지원사업’이 학생들 가정에 올 때는 ‘가공식품 꾸러미 지원사업’으로 혹은 ‘대기업 제품 꾸러미 지원사업’, ‘곡물중심 꾸러미 지원사업’으로 변질돼 버렸다.

학교급식 계약재배 농가들은 계약을 이행하기 위해 농사를 지었다. 그러나 전혀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출하 중단이라는 사태를 맞았다. 당연히 계약의 당사자인 학교 당국에서 일정한 책임을 분담해야만 한다. 하지만 현재의 제도에서는 방법이 전혀 없어 농민들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피해자인 농민이 대안을 제시하고, 정부와 여당, 지자체에서도 동의를 해서 그나마 꾸러미 지원사업이 시작됐는데 정작 실행 과정에서 사업의 본질은 사라지고 책정된 예산을 편의적으로 소진하기에 급급한 나머지 귀한 예산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교육당국에서는 꾸러미 사업 원래의 취지에 맞는 지침을 다시 내려야 한다.

최소한 학교급식에 제공되는 농산물의 비율이라도 꾸러미에 반영되게 해야 한다. ‘학생 가정 농산물 꾸러미 지원사업’은 평시의 사업이 아니다. 국가적 재난 속에서 학부모, 농민, 학교급식 공급업체들이 겪은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한 사업이다. 사업의 취지가 훼손되지 않게 신속히 바로잡아야 한다.

키워드
#사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