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청원에 ‘농민’은 어디?

청와대 답변 173개 중 농산어촌 분야 ‘0’개
도시 집중 현실에 농산어촌 소외현상 상징

  • 입력 2020.06.28 18:00
  • 수정 2020.06.29 09:11
  • 기자명 김현주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김현주 기자]

 

문재인정부가 운영하는 국민청원제도에서 농민 소외 현상이 심각하다.

국민청원제도는 문재인정부가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을 내세워 운영하는 제도다. 2017년 개설 이후, 국민청원은 문재인정부 소통정책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가 됐다. ‘민식이법’, ‘윤창호법’이 국민청원을 통해 만들어졌고,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검찰개혁’ 논의에서도 국민청원 게시판은 공론장으로써 역할했다. 최근에는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정규직화’ 논의가 국민청원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국민청원은 사회적 약자의 마지막 보루이자 여론 형성 중심지로 작동했다.

하지만 국민청원에서 농산어촌 분야는 유독 소외돼 있다. 청원게시판은 정치개혁, 외교·통일·국방, 일자리, 보건복지, 행정 등 총 17개의 분야로 나뉘어 있는데, 지금까지 답변된 총 173개의 청원 중 농산어촌 분야는 단 한건도 없었다.

지난 24일 기준, ‘저희 주민이 나고 살아온 보금자리를 지켜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은 369명의 동의를 얻어 농산어촌 분야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해당 청원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공개된 전체 789개의 청원 중 485위에 불과하다.

17개 분야 각각의 추천순 1위 청원을 보면 농산어촌 분야는 꼴찌다.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청원을 제외하더라도 청원 동의 수가 가장 많은 인권·성평등 분야와 농산어촌 분야의 1위 간 차이는 약 350배다.

농산어촌 분야 다음으로 1위 청원 참여인 수가 적은 분야는 미래분야다. 허나 미래분야의 1위 청원은 1,517명이 참여했다. 이는 농산어촌 분야 1~5위 청원의 참여인수를 모두 합한 1,261명보다 많다.

국민청원에서 농산어촌 분야가 사문화된 이유는 다층적이다. 먼저, 전체 인구의 90%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농산어촌 분야 문제에 대해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또한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농가 인구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연령대는 70대인데, 70세 이상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37.8%에 불과하다. 온라인 게시판인 국민청원의 특성상 농산어촌의 주요 인구인 고령층이 접근하기 어려운 것이다.

김훈규 경남 농어업특별위원회 농정혁신분과 위원장은 “농산어촌 부분은 국민청원을 포함해 사회 전반적으로 도외시되는 분야”라며 “농어민인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국민 대다수가 도시에 거주하는 우리 현실에서 농산어촌 문제에 대한 여론 형성은 어렵다. 국민청원 게시판이 온라인 플랫폼이다 보니 고령이 많은 농민층은 접근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도시소비자들은 생산자인 농어민의 문제에 공감하기가 어렵고, 농산어촌 문제는 단순히 숫자로 규정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데 국민청원은 다수결을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농산어촌이 소외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