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국민기본소득, 농민들의 밥줄이고 희망이다!

  • 입력 2020.06.28 18:00
  • 기자명 차재숙(충북 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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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재숙(충북 영동)
차재숙(충북 영동)

얼마 전 우리집은 긴급재난지원금을 받고 가족모임을 했다. 독립해 혼자 생활하고 있는 막내에게 먼저 물었다.

“재난지원금을 받으면 친구들하고 술 한 잔 하고 싶다더니 그렇게 했어?”

술 좋아하는 막내는 씨익 웃으며 “엄마, 내가 독립한 지 6개월만에 처음으로 뭘 먹을까 하며 메뉴를 생각하고 식당에 갔어.” 막내 대답에 코끝이 찡했다.

“그럼 그 돈은 다 식비로 쓸거야?”

“그래야지. 처음엔 술도 먹고 싶었는데 돈이 아까워 못 먹겠어. 다 식비로 써야지. 근데 한 번만 주고 끝나나. 다음에 들어오면 내가 배우고 싶은 인터넷강의 신청하고 싶은데.”

재난지원금이 너무 쏠쏠하다며 날 보며 웃는 아들을 보니 만감이 교차했다. 어느덧 훌쩍 큰 것 같아 좋기도 했고 너무 힘들게 사는 모습을 보니 미안하기도 했다.

그런 내 모습을 보며 다 그렇게 산다며 위로했지만 아들의 얼굴을 보며 웃을 수 없었다. 부모보다 가난한 세대, 비정규직과 불안한 미래로 결혼조차 선택하게 만드는 세대인 아들을 보며 불안하고 고통스러웠다. 아이들이 왔다 가면 한동안 잠이 안 왔다.

그러다 얼마 전부터 국민기본소득을 알게 되면서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국민기본소득을 이야기한 사람들의 주장은, 첫째, 방금 태어난 갓난아이부터 돌아가시기 직전의 어르신까지 누구나 받을 수 있다. 둘째, 아무 조건 없이 무조건 국민 개개인에게 준다. 셋째, 적은 돈이지만 죽을 때까지 나온다.

50대인 내가 20대일 때만 해도 부모는 자식이 직장을 잡으면 여유가 생겼다. 그러나 지금 50대 이상 부모들은 일손을 놓을 수 없다. 자식들이 버는 돈으로 결혼도 집도 마련할 수 없기에 쉬고 싶어도 쉴 수 없는 고단한 노후를 맞이하고 있다.

난 힘든 농사에서 솔직히 벗어나고 싶다. 언제까지 일만 해야 하나. 노후에 여유롭게 살고 싶다.

만약 내 자식들이 빈곤한 삶에서 조금이라도 탈출하고 여유가 생기면 나도 여유가 생기지 않겠는가! 내 노후를 일만 하고 병원만 다니며 보내고 싶진 않다.

얼마 전 친구네 복숭아봉지를 싸면서 과연 올해는 과일 시세가 어떨지 종일 걱정하며 하루를 보냈다. 내 친구는 초봄에 닥친 서리도 이겨 내고 타는 듯한 가뭄도 이겨냈지만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들이 어려워서 과일을 안 먹으니 어쩌나” 하는 것이라고 했다.

참! 농사짓고 살기 힘든 세상이다. 그래서 나는 국민기본소득이 꼭 이뤄졌으면 좋겠다. 요즘 코로나19로 많은 것을 알게 됐는데 그중 하나는 지도자에 따라 전염병도 가난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엔 재난지원금도 안된다고, 그런 전례가 없다며 미래통합당은 물론이고 경제관료들도 펄쩍 뛰었다. 그리고 필사적으로 버텼다. 그러나 지원금은 지급됐고 이미 통계적으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빈곤층일수록 쌀과 잡곡, 과일을 샀고 고기를 구입했다.

예전에는 경제가 힘들면 혹시라도 잃어버릴지 모르는 일자리가 불안했다. 그래서 몇조원씩 대기업에 투자를 해도 국민들은 참았다. 그러나 몇십년을 이렇게 돈을 투자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경제는 나아지지 않았고 우리 국민들 주머니는 늘 가벼웠고 대기업은 날로 번창했다. 이제 이 방법으로는 경제를 살릴 수 없다는 것이 모두의 이야기다. 내 친구 말처럼 도시민들이 밥은 먹고 살아야 고기도 먹고 과일도 팔린다.

소비자와 생산자는 한 형제이고 가족이다. 그래서 국민들이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농민들도 힘을 모아 국민기본소득제에 힘을 모았으면 한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제안한다. 정부와 국회가 협력해서 국민기본소득위원회를 만들고, 농민 대표들도 들어가 힘을 모아 성공적인 정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더불어 지자체에서도 지역을 살리는 정책으로 기본소득제 실시에 적극 나섰으면 한다. 더 이상 지자체 곳간에 쟁여 놓은 유효자금을 연말 보도블록 교체에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은 온 국민이 어떻게 함께 살지 고민하고 공부해야 하는 중대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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