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농협 로컬푸드직매장, 질적 성장 이뤄낼까?

  • 입력 2020.06.28 18:00
  • 기자명 박경철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최근 농협이 로컬푸드직매장 내실화로 로컬푸드 가치 확산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농협이 밝힌 로컬푸드의 가치는 중소농민 소득 안정, 신선먹거리 공급, 지역사회 기여 등이다. 이를 확산하기 위해 로컬푸드직매장을 탄탄히 다지겠다는 게 농협의 계획이다.

농협은 앞서 지난해 5월 로컬푸드직매장을 2022년까지 1,100개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농협 로컬푸드직매장은 지난 2012년 전북 완주 용진농협 1호점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390개소로 늘었다. 2019년 기준 전국에 460개 로컬푸드직매장이 있으니 85%가 농협 로컬푸드직매장이다. 정부의 로컬푸드직매장 확대 정책에 농협이 편승하며 양적으로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농협 로컬푸드직매장은 여러 문제를 드러냈다. 2017년 8월 농협이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지역농협들이 경제성과 효율성을 따지다 보니 로컬푸드직매장이 유통사업의 일환이 돼 매장 수를 늘리거나 판매실적 향상에만 몰두한 것이다. 또한 관행농산물 위주의 상품 구성과 구색맞춤을 명분으로 계통조달이나 공판장을 통해 타지역 농산물도 들여왔다. 친환경농업 등 자원순환의 중요성을 강조한 로컬푸드 정신과는 점점 멀어진 셈이다.

2020년, 현재는 어떨까? 지난 5월 전북 전주농협이 로컬푸드가 아닌 일반 농산물을 판매하다 적발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로부터 주의 처분을 받았다. 전주농협은 공판장에서 농산물을 떼다 파는 것도 부족해 중국산 농산물까지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농민조합원에 징계까지 내렸다고 한다.

로컬푸드직매장 운영에 이렇다 할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농협이 이제라도 로컬푸드직매장을 내실화하겠다는 건 다행이다. 하지만 이를 위한 계획으로 제시한 △현장 컨설팅·모니터링 강화 △소비자 홍보·참여프로그램 확대 △농업인 중심 로컬푸드출하회 운영 △지역 내 사회적경제조직과의 협력 강화 등은 두루뭉술하기만 하다. 적어도 2017년 보고서에서 내실화 방안으로 제시한 ‘상품 구성에 있어 친환경농산물과 지역 특색 상품의 조달’ 정도는 들어가야 한다.

양적인 확대에 머물던 농협의 로컬푸드직매장 사업이 물음표를 떼고 질적 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