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중이염과 축농증 그리고 세균

  • 입력 2020.06.21 18:00
  • 기자명 박현우(경희도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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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우(경희도담한의원 원장)
박현우(경희도담한의원 원장)

오늘은 중이염과 축농증(부비동염)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귀는 보통 세부분으로 나눕니다. 귓바퀴에서 고막 앞까지 외이(外耳), 고막에서부터 달팽이관까지 중이(中耳), 달팽이관과 반고리관, 청신경이 있는 부분을 내이(內耳)라고 합니다. 중이, 즉 귀 가운데 부분에 염증성 분비물이 축적되는 것을 중이염이라고 합니다.

코와 뇌 사이에 있는 얼굴뼈에는 빈 공간이 있습니다. 이 빈 공간을 코 옆에 있다고 하여 부속품 할 때 부(副), 코 비(鼻), 공간 동(洞), 부비동이라고 합니다. 이 빈 공간에 염증이 생겨서 누런 고름 같은 분비물이 축적되는 것을 부비동염이라고 하며, 보통 축농증이라고 부릅니다.

중이염과 축농증(부비동염)은 둘 다 콧물과 관련된 질환입니다.

중이와 부비동은 코와 연결돼 있습니다. 이 연결 부위들이 평소에는 막혀 있지 않고 잘 통해 염증이 생기지 않습니다. 하지만 연결 부위에 끈적한 콧물들이 차거나 감기나 비염으로 인해 점막이 부어오르면서 막히면 중이염이나 부비동염이 생기게 됩니다.

다행히도 대다수의 중이염과 부비동염은 치료하지 않아도 감기가 나아지면 저절로 낫게 됩니다.

하지만 지난 칼럼에서 말씀드렸듯 항히스타민제 등의 감기약을 장기간 복용하면 콧물이 끈적해지고 점막이 건조해집니다. 코를 보호해주는 점액층이 파괴되면 코와 귀, 코와 부비동 사이가 막히기 쉬워집니다. 그러면 중이염과 부비동염이 잘 낫지 않고 세균성 감염이 되기도 합니다.

중이염과 부비동염이 잘 낫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치료의 원칙은 세균을 없애는 것이 돼서는 안 됩니다. 코 안의 파괴된 점액층을 회복시키는 것이 먼저여야 합니다. 건조했던 점막이 촉촉해져야 합니다. 끈적했던 콧물이 묽어져서 다시 잘 흐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중이염과 축농증은 자연스레 낫습니다.

코 안이나 입 안은 원래 세균들이 살고 있는 곳입니다.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김현직 교수 연구팀은 코 점막에 3,000만마리 이상의 공생 미생물들이 살고 있으며, 이 중 36%를 차지하는 표피포도상구균은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침입하지 못하도록 막아준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놀랍게도 표피포도상구균이 있으면 항바이러스 물질이 우리 몸에서 더 많이 생산되고, 표피포도상구균이 없으면 치명적인 폐감염이 발생했던 것이죠.

공생 미생물이 바로 세균입니다. 대장에도 24조마리의 대장균이 살고 있다고 하는데요, 즉 코나 입 안, 대장과 같은 곳에는 늘 세균이 존재합니다.

세균을 없애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몸에 이로운 세균이 많이 살고 있느냐, 해로운 세균이 살고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항생제가 필요할 때는 반드시 써야 합니다. 하지만 장기간 복용하면 우리 몸에 유익한 세균들이 살지 못하게 하고, 오히려 악조건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유해한 균들만 몸 안에 남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 몸의 면역력은 더 악화돼 여러 감염병에 더 취약해진다는 사실,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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