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긴급재난지원금과 먹거리

  • 입력 2020.06.21 18:00
  • 기자명 안경아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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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아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
안경아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

 

 

지난달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아 잘 썼다. 오랜만에 가족과 친구들에게 한 턱 냈고 장바구니에 국산 농산물을 부담 없이 담을 수 있었다. 나와 주변 사람만 긴급재난지원금을 먹거리에 쓴 것 같진 않다. 재난지원금 지원과 사용처를 보면, 농업분야가 준비해야 할 것들이 보인다.

긴급재난지원금은 지난달 11일부터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에 대응해 국민 생활 안정과 위축된 경제회복을 위해 전국 2,171만 가구에게 지급됐다. 지난 10일 행정안전부는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액을 분석해서 발표했다. 지난달 31일까지 신용·체크카드로 사용된 업종별 사용액을 분석한 결과, 업종별 사용액 비중은 △음식점 24.8% △마트·식료품 24.2% △병원·약국 10.4% △주유 5.4% △의료·잡화 5.3% 등의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음식점과 마트·식료품점에서 지출한 비중이 49%를 차지하는 것이다. 이는 평소 가구의 소비지출 중 식·음료품 및 식사비 비중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2019년 기준 월평균 가구 소비지출 중 식·음료품비 13.5%, 식사비 13.6%인 것으로 나타나 먹거리 지출 비중이 27.1%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보다 앞선 지난 3일 농촌진흥청에서 소비자패널 8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긴급재난지원금 소비대상은 △농식품 구매 31.3% △외식·배달 23% △의료비 10.9% △공산품 10.7% △문화생활 7.2% △교육비 6.1% 등의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농식품 구매 및 외식·배달에 소비한다는 비중이 59.5%를 차지하는 것이다.

먹거리 소비 증가에 대한 반대 급부로, 6월 들어 장바구니 물가가 오르는 것에 대한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쌀, 배추, 돼지고기, 한우 등 국산 농산물 가격이 올랐다. 제주산 광어도 22개월 만에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고 한다. 농산물 가격은 소비 진작의 혜택을 보고 있다. 그러나 국내산 농산물 공급망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품목별로 다르기 때문이다. 양파와 마늘은 여전히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농업생산액이 0.4~1.0%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 5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국내·외 코로나19 확산 및 경제성장 지표 변동에 따른 농업 파급영향을 분석·발표했다. 그 결과, 농업부문 생산액은 0.4~1.0%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환율 상승과 국내외 경기침체로 인한 농산물 수요 감소로 국내산 농산물의 자급률이 다소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 감염병 첫 확진자가 보고된 이래, 코로나19 감염병은 그 확산의 범위가 광범위하다. 이달 15일 기준 전 세계 누적 확진자 수는 794만5,736명으로, 코로나19는 전 세계 인구의 0.1%를 감염시켰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된다는 예상 시점은 계속 늦춰지고 있다. 감염병 확산에 대응해 많은 국가들이 국가 및 지역 간 이동제한과 봉쇄 조치를 취했고, 봉쇄가 풀리면 확진자 수가 증가하는 현상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많은 전문가들이 2차, 3차 대유행이 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은 쉽게 종식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구에 이어 제주에서도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원을 결정했다. 코로나19 감염병의 2차, 3차 확산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추가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될 수도 있다.

보수야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이 나서서 기본소득 도입을 말하고 있는 실정이다. 향후 대선에서는 기본소득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기본소득이 먹거리 소비에 미칠 영향에 대한 검토와 국산 농산물 공급망 안전성에 대해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농업이 정말 오랜만에 제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농업 본연의 역할은 국민들에게 안전한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아니던가? 그간에 수입산 농산물에 밀려서 외도를 강요당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농업의 다양한 문제들 앞에서 국민과 함께 가는 농업으로 거듭나는 기회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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