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챙기는 삶, 건강한 삶

  • 입력 2020.06.14 18:00
  • 기자명 최정원(정성부부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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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원(정성부부한의원 원장)
최정원(정성부부한의원 원장)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입니다. ‘그’라는 타인은 내가 인식하고 애정을 주기 전에는 나와는 완전히 별개의 존재였지요. 하지만 내가 이름을 붙이고 챙기는 순간 그는 하나의 몸짓에서 향기 나는 꽃으로 변화합니다. 의미의 시작은 챙김과 애정에서 시작된다는 뜻입니다. 이와 마찬가지 현상이 나의 몸과 마음에도 존재합니다.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하고 사시나요?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내 마음은 무슨 말을 하고 있나요? 내 마음 속 깊은 목소리를 묵살한 채 외부의 상황에만 마음을 챙기면 마음 놓침 현상이 발생합니다. 워싱턴대 의대 뇌과학자 마커스 라이클(Marcus Raichle) 교수는 사람이 아무런 인지 활동을 하지 않을 때 활성화되는 뇌의 특정 부위들이 있음을 알아냈으며 이 부위를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라고 명명했습니다. 이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과하게 활성화되면 의식을 하지 않은 채 살아가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즉 생각없이 산다는 말이지요.

몸도 똑같습니다. 평소에 앉아있는 자세, 걸어가는 형태, 숨 쉬는 방법 등 의식하지 않고 행하는 행동이 많습니다. 몸도 마음처럼 계속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몸의 어느 부분이 굳어지고 긴장되는지 느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의자에 앉아있을 때 뒷목에 무리가 가는 것이 느껴지시나요?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은 몸과 마음을 놓치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부의 자극이 워낙 많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몸과 마음에 병이 생깁니다. 그때의 병은 나에게 무슨 문제가 심하게 생긴 것이라기보다, 몸과 마음의 목소리를 듣지 않아서, 내가 나에게 하는 투정과 같은 것입니다. 그 투정의 정도는 가벼운 두통 정도에서 허리디스크, 불안장애, 공황장애까지 아주 다양합니다.

마음 어딘가, 몸 어딘가 불편해지기 시작한다면. 마음을 챙기는 마음 챙김, 몸을 챙기는 몸 챙김을 시작해보세요. 마음 챙김은 내 마음에서 무슨 목소리가 나오는지 찬찬히 듣는 것입니다. 몸 챙김은 내 몸에서 어떤 반응이 나오는지 찬찬히 살피는 것입니다. 몸과 마음에 이름을 붙여주는 것입니다.

방법은 명상입니다. 찬찬히 챙기는 행위 자체가 명상입니다. 명상도 방법이 아주 다양합니다. 우선 호흡명상부터 시작해보세요. 숨을 마시고 뱉는 행위는 내 의식과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것을 인지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찬찬히 내 숨을 살펴보세요. 그 다음은 마음을 챙겨봅시다. 내 마음속에서 무슨 이야기들이 오고 가는지, 온갖 잡생각들을 그저 가만히 바라봅니다.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 지금 내가 뭘 하고 있지? 라는 생각들은 판단입니다. 판단하지 않고 찬찬히 바라봅니다. 대신 이름을 붙여보세요. 과거의 후회가 떠오른다면 후회라고, 미래의 불안이 생각난다면 불안으로.

다음은 몸을 한 번 바라봅니다. 앉아있다면 좌, 우 엉덩이의 느낌은 어떤지, 어깨에 긴장은 없는지 찬찬히 바라봅니다. 걸어다닐 때는 발바닥의 느낌을 자세히 살펴보세요. 누워있을 때는 몸 전체를 봅니다. 내 오른쪽 네 번째 발가락의 느낌은 어떤지, 좌측 턱의 느낌은 어떤지 살펴보세요. 애정을 가지고 몸과 마음을 바라보면, 몸과 마음이 하고 있는 목소리를 들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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