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학교급식, 오해와 진실은?

인터뷰 l 김오열 충남친환경농업협회 정책위원장

  • 입력 2020.06.14 18:00
  • 수정 2020.06.14 20:49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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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사진 김현주 기자]

충청남도(지사 양승조) 학교급식이 지난달 충남도의 일방적인 지역가격제 추진·친환경 차액지원 예산 삭감 조치로 파행 위기를 겪었다. 올해 초까지 충남도청에 있으며 충남 친환경 학교급식 체계 구축에 기여한 김오열 충남친환경농업협회 정책위원장은 “충남도가 지역가격제 등의 정책을 기획한 배경엔 △일부 친환경농가의 학교급식 독점 공급 △타 시·도산 친환경농산물 우선 공급 △친환경 차액지원 비율 과대 책정 등의 논리가 깔렸다”고 지적했다. 충남 친환경 학교급식에 대한 오해와 진실, 최근 충남 학교급식 정책의 문제점과 과제를 묻고자 지난 9일 예산 충남친환경농업협회에서 김 정책위원장을 만났다.

충남도의 ‘일부 친환경농가의 도내 학교급식 농산물 공급 독점’ 주장에 대한 반론은?

충남도는 친환경농가 총 4,132호 중 충남 친환경출하회 소속 525농가(12.7%)만이 학교급식에 참여한다고 주장한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올해 5월 통계에 따르면, 충남 전체의 친환경농산물 인증농가는 5월 기준 총 4,361호다. 이 중 벼농가는 2,020호로 전체의 46.3%이며, 엽근채류·과채류 등 학교급식 공급 적합품목 재배농가는 939농가로 전체의 21.5%이다.

충남도가 학교급식 참여농가로 언급하는 525농가는 엽근채류·과채류 재배농가로, 939농가 중 56%가 참여한다. 이것만 봐도 충남도의 ‘일부 친환경농가 독점’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타 시·도산 친환경농산물을 우선 공급한다는 주장에 대한 반론은?

그 동안의 광역친환경 현물센터 운영과 친환경 차액지원사업으로 오히려 전체 급식 공급 농산물 중 타 도산 비율은 줄어들었다. 2018년 50:50이었던 충남산·타 도산 농산물 비율은 지난해 충남산 60%, 타 도산 40%로 충남산 비중이 늘었다. 이는 충남산 친환경농산물 공급비율이 2018년 67%에서 지난해 77%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 통계는 올해 충남도가 발표한 통계다.

충남도는 지난달 친환경 차액지원예산 삭감 이유를 차액지원비율이 사용액 대비 너무 높게 책정됐기 때문이라 밝혔는데, 이에 대한 입장은?

현재 충남도는 차액지원예산에 대해, 원래 17~20% 수준의 보전이 적당한데 지역상황을 고려해 25% 수준으로 높였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도농복합 지자체들 중 충남도의 차액지원 평균금액은 최하위 수준이다.

차액지원예산 강화의 중요성은 aT의 2019년 주요 25개 품목 농산물유통정보자료에서 확인 가능한 일반·친환경농산물 간 차액을 봐도 드러난다. 예컨대 당근 1kg은 일반농산물 평균가격이 2,958원인데 친환경농산물 평균가격은 5,391원으로 2,433원, 즉 82%의 차액이 발생한다.

충남도가 주장하는 25% 차액비율로 생산비 보전이 온전히 가능한 건 딸기와 방울토마토, 후지 사과, 팽이버섯 밖에 없다. 대부분 최소 50% 이상의 차액비율이 발생하며, 특히 상추(차액비율 122%)와 시금치(138%), 양파(119%), 파(183%)는 100% 이상의 차액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충남도가 추진하려다 보류한 지역가격제의 문제는?

충남도의 지역가격제 추진은 앞서 거론한 ‘충남 일부 친환경농민들이 학교급식을 독점한다’는 논리와 맞닿아있다. 지역 내 학교급식 참여 유통업체들 간 경쟁을 통해 가격을 낮추고 건전한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게 충남도의 입장이다. 일단 충남도는 공식적으로 지역가격제를 통한 ‘기준가격’ 설정을 표방하고 있다.

저가입찰 위주로만 간다면, 이번 달 감자나 양파를 ‘기준가격’에 낙찰 받아도 다음달 낙찰은 장담할 수 없지 않나. 앞으로의 상황을 모른 채 과연 생산자들에 대한 관리와 작부체계 구축이 가능할까? 이런 상황에선 유통업체들은 계획생산체계 구축보단 타 지역에서 물품을 싸게 들여와 싸게 내서 낙찰받는 식의 구조가 고착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충남도와 시민사회 간 민·관 협치체계를 전반적으로 평가하자면?

충남도는 2010년부터 ‘삼농혁신’을 내세우며 농정의 새로운 틀을 만들었는데, 그 핵심 내용이 ‘농정 협치체계 구축’이었다. 특히 삼농혁신 2기에 접어들어 지속적인 민·관협치를 통해 광역급식 유통체계를 만들었다. 이 유통체계는 행정당국이 혼자 만든 게 아닌, 농민 등 시민사회와의 지속적 논의로 만든 체계이다. 이 체계를 통해 점차 학교급식에 친환경먹거리 공급비율을 높일 수 있었다.

그럼에도 올해 충남도는 지역가격제 추진과 차액지원예산 삭감 과정에서 시민사회와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이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그나마 두 차례의 도청 앞 기자회견(4월 27일, 5월 13일) 뒤 충남도는 시민사회 측에 일방적 사업 추진을 사과하고, 다시금 협치체계 틀 속에서 논의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시민사회는 급식에서의 농산물 가격결정체계에 대해 제대로 논의하는 자리를 갖자고 했으나 충남도는 아직 미온적이다. 물론 충남도는 시민사회 측 사람들과 개별적으로 만나곤 있으나, 중요한 건 ‘공식적인 자리’에서 모든 당사자가 모여 ‘공식적인 결정’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가격결정체계와 관련한 충남친환경농업협회의 입장은?

조만간 충남도에 공식 제안할 계획인데, 우선 충남 농가들에 대한 생산비 조사가 절실하다. 정확히 어느 정도의 생산비용이 드는지 파악해야 그에 따른 적정 수취가격도 산정할 수 있다. 즉 생산비 조사를 통해 명확한 가격 기준대를 만들고, 생산비에 대한 ‘플러스 알파’ 비용 또한 그 틀에서 기반해야 제대로 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편으로 현재 충남도의 차액예산은 학교에 지원된다. 직접적인 농가 생산비 보전 대신 학교의 친환경농산물 구매를 유도하려는 건데, 사업 진행 과정의 혼선으로 인해 차액지원예산 집행률은 저조했다. 따라서 차액지원 과정에서 직접적인 농가 생산비 보전 비율과 학교 차액지원 비율을 함께 높일 필요가 있다.

지난 5일 결성된 충남먹거리연대에서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충남먹거리연대의 활동계획은?

학교급식을 비롯한 전면적 공공급식 확대 노력을 기울이려 한다. 기본 방향성은 ‘먹거리 기본권 강화’인데, 이 방향성을 공유하는 충남 여러 시민사회 간의 논의체계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이번 충남먹거리연대 탄생은 의미 있다.

우선은 다음달부터 ‘먹거리포럼’을 여러 차례 개최할 예정인데, 포럼에선 △푸드플랜과 먹거리통합지원센터의 역할 △지속가능한 먹거리지표 설계 △가격결정과 유통체계 개선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여기서 도출한 안을 갖고 충남도와 공공급식 관련 논의를 강화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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