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직불제, 임차농 여전히 ‘설움’

땅주인한테 ‘임차계약서’ 말도 못 꺼내
부재지주 농지문제, 공익직불에서도 드러나
2017년~2019년 직불금 미신청 농지, 신청 불가

  • 입력 2020.06.14 18:00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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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이른 불볕더위와 농번기를 견디는 농민들이 공익직불제를 신청하려다 제도의 벽에 부딪혀 직불금을 받지 못할 상황에 처해 있다. 임차농이 자경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는 땅주인에게 거절당하기 일쑤고, 직전 3년간 직불금 신청에 소홀했던 소규모 농지는 공익직불제 신청이 원천 차단된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농민들은 농지 전수 실태조사를 통해 부재지주의 직불금 부당수령을 막아서는 법과 제도는 물론 실제 농사를 짓는다는 사실 확인에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9일 경기도 안성에서 만난 안성시농민단체연합회 소속 농민들은 공익직불제에 대해 “도입 취지는 좋았는데, 시행과정에서 껍데기만 남았다. 신청과정만 더 복잡해졌을 뿐 혜택은 크게 달라질 게 없다”고 성토했다.
지난 9일 경기도 안성에서 만난 안성시농민단체연합회 소속 농민들은 공익직불제에 대해 “도입 취지는 좋았는데, 시행과정에서 껍데기만 남았다. 신청과정만 더 복잡해졌을 뿐 혜택은 크게 달라질 게 없다”고 성토했다.

 

지난 9일 경기도 안성에서 만난 안성시농민단체연합회 소속 농민들은 공익직불제에 대해 “도입 취지는 좋았는데, 시행과정에서 껍데기만 남았다. 신청과정만 더 복잡해졌을 뿐 혜택은 크게 달라질 게 없다”고 성토했다.

마을 이장을 맡고 있는 농민 이관호 씨는 “농민 소득이나 삶의 질을 높이는 공익직불제가 돼야 하는데 예산은 크게 늘지 않고 변동직불제만 폐지됐다. 올 가을 쌀값이 어찌될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인근마을 이장을 맡고 있는 또 다른 농민(58)은 “우리 마을 150가구 중 농사짓는 집이 50가구인데, 공익직불제 신청을 엊그제 다 끝냈다. 소농직불금은 10가구 정도 받게 될 것 같다. 어르신들만 계시고 농지가 0.5ha 이하라도 국민연금 이런 것 받는 분들은 해당이 안 된다. 통장에 들어오는 돈은 모두 소득으로 잡아서 요건이 맞지 않았다”고 실태를 전하면서 “남의 땅 빌려 농사짓는 농민들은 면적직불금 신청에 필요한 임대차계약서를 받는데 애를 먹었다”고 답답해했다. 임대차계약서는 땅주인에게 농지를 빌려 농사를 짓고 있다는 증명서다. 올해 정부는 공익직불제를 도입하면서 실제 농사를 짓는 농민들에게만 직불금을 지급하겠다는 취지로 임대차계약서를 모두 제출케 했다. 하지만 농촌 정서상 계약서를 주고받는 것에 불쾌감을 느껴 거부당하는 경우도 많고, 혹은 땅주인이 먼 거리에 있으면 계약서 작성이 어려웠다. 농지소유주가 다수인 경우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도장을 받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직전 3년간 직불금을 받은 농지라야 공익직불제 대상농지가 된다는 조건도 장애물이 되고 있다. 이관호씨는 “우리 마을 분들을 보니 직전 3년간(2017년~2019년) 직불금을 받지 않은 농지가 생각보다 많아서 공익직불금 수령도 어렵게 됐다. 아들한테 농지 물려주고 농사를 짓는 한 어르신의 경우, 직불금 신청을 신경 안 쓴 아들 때문에 직불금 신청조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면서 “나도 작은 밭들은 서류 신청이 번거로워 지금껏 직불금 신청을 하지 않고 농사를 지어왔는데, 이번에 면사무소 가니 전산에 ‘해당 없음’이라고 바로 뜨더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농민은 “정부가 농지문제를 손대지 않고 공익직불제만 도입하다보니 이전 직불금에서 문제된 부당수령 같은 사례는 여전할 수밖에 없다”면서 “공익직불제를 시행한다고 실제 경작자가 직불금을 받게 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각 마을 이장은 누가 실제 농사짓는지 꿰뚫고 있다. 관계상 냉정하게 하지 못할 뿐이다. 정부가 전국 농지의 실태조사를 강도 높게 해서 농민이 아닌 경우 공익직불금을 받을 수 없도록 바로잡아야 한다”고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임차농의 공익직불 신청 난관은 비단 경기도 안성이라는 수도권 지역 농촌 상황만이 아니다.

전남 나주 노안면 마을 이장 김원숙씨는 “얼마 전 마을 여성농민분이 시아주버님 땅에 농사를 짓고 있는데, 임대차계약서 받기가 어렵다는 하소연을 들어 대신 전화로 사정얘기를 해주다가 싫은 소리만 들었다. 화를 내고 불쾌해 하면서 땅을 팔아버리겠다는 말까지 하더라. 여성농민들의 경우 자경이라도 시댁식구 명의로 돼 있어서 공익직불제 신청을 포기하는 경우도 허다하다”면서 “이장, 부녀회장 등 마을사정을 잘 아는 책임자 5명이 공동보증을 해서 진짜 농사짓는 농민에게 공익직불제를 받게 해 주는 대안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씨는 이어 “그것도 못 믿겠다면, 면사무소 직원들이 현장에 나와 확인하는 것으로도 얼마든지 자경사실 파악이 가능하다”며 “좋은 뜻으로 시작한 공익직불제가 신청에서부터 문제가 터지니, 개선방안을 찾아야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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