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서예가가 노래하는 ‘농가월령가’

해범 진영세 작가, 농가월령가 12첩 병풍 제작

  • 입력 2020.06.14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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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농민 서예가’ 진영세 작가가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실에서 12첩 병풍에 담아낸 ‘농가월령가’를 펼쳐 놓고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민 서예가’ 진영세 작가가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실에서 12첩 병풍에 담아낸 ‘농가월령가’를 펼쳐 놓고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민 서예가’ 해범 진영세(61) 작가가 장장 8,200자에 달하는 한글 가사 <농가월령가>를 12첩 병풍에 담아내 화제다. 농업 현장의 정수를 담은 가사를 담대한 필체로 옮겨냄으로써 위기에 처한 오늘날의 우리 농업·농정에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경남 거제 토박이인 진 작가는 어려서부터 부친에게서 농사와 서예를 배웠다. 2004년 서예가로선 최고 영예와 권위인 대한민국서예대전 초대작가 반열에 올랐지만, 여전히 선대로부터 이어온 농사일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 최근엔 건강상의 문제로 규모를 줄여 1,000여평 쪽파 농사를 짓고 있으며 거제시농민회 정책실장도 맡고 있다.

<농가월령가>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둘째 아들인 운포 정학유 선생이 지은 것으로, 1년 열두 달 24절기에 따른 농사법과 세시풍속 등을 기술한 서사시다. 단순히 농업 현장에 대한 묘사뿐 아니라 전통문화와 미풍양속을 노래하고 농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작품이다.

분량이 방대한 탓에 서예가들의 작품으로는 쉬이 만나볼 수 없었는데 농민 서예가인 진 작가가 병풍 제작에 나섰다. 높이 2m, 전체길이 8m, 제작기간만 3개월에 달하는 대작이며, 네 권의 문헌을 참고해 오탈자 등을 바로잡으며 <농가월령가> 자체를 다시 한 번 정리해 냈다는 의미도 크다.

진 작가는 직업이 농민인 만큼 평소 작품활동에 있어서도 농업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권농사상을 읊은 시들을 즐겨 다루며, 총 16회의 개인전 중 5회는 농업을 주제로 열기도 했다. <농가월령가> 병풍 역시 2016년 첫 제작 이후 이번이 두 번째 완성이다.

진 작가는 “과거로부터 농업이 바로 민중의 삶이었다. 농민들의 24절기를 담은 <농가월령가>는 우리 민족의 생활상과 혼을 노래한 대서사시”라고 작품 취지를 밝히며 “농업은 민족의 자존심이자 자손만대에 물려줄 자산인데, 국가정책은 농업을 포기한 듯하다. 어느 시대라도 농업을 포기하는 건 미래를 포기하는 것과 똑같다. 농업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알면 나 자신을 알게 되고 민족의 미래를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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