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그린뉴딜’, 농식품부가 선도해야 한다

  • 입력 2020.06.07 18:00
  • 기자명 김태연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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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연 단국대 교수
김태연 단국대 교수

 

 

우리 경제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산업을 통틀어 생산과정 그 자체로 망가진 환경을 복원하고, 유지하고, 새롭게 창조할 수 있는 산업은 ‘농업’이 유일하다.

잘 생각해보면, 모든 제조업들은 공장 짓는 것부터 시작해서 일단, 주변의 환경을 파괴하고 이것을 복원하기 위해 새로운 시설을 설치해서 오염을 줄이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농업은 농산물 생산 그 자체가 환경보전을 전제로 하는 것이고 그 결과도 순환에 의해 새로운 환경을 창조하는 것이다. 농산물 생산을 최대치로 증가시키기 위해서 환경을 오염시키는 그런 현대적인 농법의 농업이 아니라 환경자원을 그대로 활용하는 전통적인 농법을 적용한다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환경과 경관을 보전하는 것이 원래 전통적인 농업의 가치와 역할이었다. 그런데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농업은 대부분의 환경학자들에 의해서 ‘오염 산업’으로 분류되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최근 환경에 대한 농림축산식품부의 관점을 볼 수 있는 조금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지난달 12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의 비공개 토론과정에서 ‘그린뉴딜’의 추진을 지시하면서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에게 기후위기 대응을 통해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보고해 달라고 한 것이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국토교통부 장관이 그린뉴딜에 국토부도 참여가 가능하다고 요구해 격론이 벌어졌고, 이후 국토부도 보고 대상에 포함됐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왜 환경보전을 수행하면서 일자리를 자연스럽게 창출하는 농업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린뉴딜 추진부서에 선택되지 못했을까? 아니, 왜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지 못했을까?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현재 농식품부 홈페이지의 보도자료를 찾아봐도 ‘그린뉴딜’에 대한 자료는 찾을 수 없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문 대통령이 직접 ‘그린뉴딜’을 추진하겠다고 대외적으로 처음 발표한 것은 지난해 12월 12일「농정 틀 전환을 위한 2019 타운홀 미팅 보고대회」다. 문 대통령은 당시 모두 발언에서 “농어촌 그린뉴딜 정책에도 역점을 두겠습니다”라는 말로 ‘그린뉴딜’ 추진 방침을 처음으로 밝혔다. 대통령으로부터 가장 먼저 그린뉴딜의 대상으로 언급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정책적으로 확장하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이 좀 안타깝다.

이를 최근에 이뤄진 공익형 직불제를 포함한 농정개혁과 관련해 이야기해보면, 농식품부는 왜 유럽연합(EU)이 1992년 직불제와 환경보전 조치를 농정에 도입하면서 농정개혁을 추진하게 됐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 마디로 말하면, 농산물 시장가격을 더 이상 높은 수준으로 지지할 수 없는 당시 상황에서 EU가 농산물 공급의 안정성과 농가소득의 유지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은 직불제와 환경보전 조치(소위 세 가지 동반조치)를 결합시키는 것이었다. 즉, 농업정책에 환경정책을 도입해 환경보전 활동을 수행하는 농민에게 농업직불금을 지급하도록 했던 것은 말 그대로 농가소득을 유지 또는 증대시키는 가장 최선의 정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몇 년간 이러한 정책을 시행한 결과, 농촌지역이 깨끗해지고, 새와 벌이 날아다니고, 생물다양성이 풍부해지고, 악취가 사라지면서 농촌지역으로 관광을 오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됐고, 자연스럽게 농촌지역에 관광 관련 사업체도 늘어나고, 일자리도 늘어나고, 농가소득도 늘어나는 효과를 거뒀다. 이런 정책적 효과가 2000년 EU 농정개혁에서 최초로 ‘농업환경정책’을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행동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런 추세가 계속 확대돼 2014년 개혁에서는 급기야 EU 전체 농가에게 직불금 지급의 전제조건으로 환경보전활동의무를 부과하는 정책으로 개편되는 농정개혁을 시행한 것이다. 이러한 EU의 직불금과 농업환경정책이 지난해 EU가 발표한 ‘유럽그린딜(European Green Deal)’에서도 핵심적인 정책으로 반영돼 있다.

그리고 농식품부가 이러한 환경 관련 규제와 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주도해야 하는 이유가 또 하나 있다. 환경부의 일반적인 정책추진 방식은 법적으로 환경오염행위 금지 기준을 설정하고 이를 해당 지역 모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다. 이는 농민들의 농업생산활동을 근본적으로 제약하는 규제가 될 소지가 크다. 즉, 농업생산 방식에 대한 농민들의 자율적인 결정권을 잃어버리는 결과가 초래되고 농업생산이 환경부 정책에 따라 좌우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농업생산에 대한 농민 자율성을 보장하고 농식품부의 기능과 역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농업에 부과될 수 있는 환경기준에 농식품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실제 EU의 농업환경정책 추진과정에서 소위 ‘자발적 참여의 원칙’이 적용된 이유다.

무엇보다, 농식품부가 문재인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농민들에게 대안적인 소득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국민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가는 농정을 펼치기 위해서는 농업과 농촌의 가치와 역할에 대한 새로운 성찰이 이뤄져야만 한다. 차제에 그린뉴딜을 포함하는 농업·농촌 관련 환경업무를 다루는 ‘농업환경국’의 설치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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