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추경에 농민은 없었다

  • 입력 2020.06.07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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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3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이 사상 최대 규모로 편성돼 국회에 제출됐다. 1차 추경 11조7,000억원, 2차 추경 12조2,000억원에서 3차 추경은 35조3,000억원까지 확대 편성됐다. 단일 추경으로 보면 실로 엄청난 규모인데 이번 추경에서도 농민은 보이지 않는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코로나19 피해 조기 극복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비를 위한 농식품분야 재정지원 확대’ 보도자료에는 농식품분야 추경 규모와 관련사업이 담겼다. 이번 3차 추경에 농식품분야는 총 13개 사업, 2,773억원이 편성됐다. 3차 전체 추경 규모 35조원3,000억원에 비하면 농식품분야는 0.8%에 불과하다. 농업의 존재감이 이토록 미약하다는 것이 재확인됐고 현 정부의 농업홀대가 실망을 넘어 충격을 주고 있다.

1차, 2차 추경에서 농업이 소외됐다는 사실은 농민들에게 깊은 상실감을 안겨 줬다. 그래도 정부를 믿고 지금까지 기다렸던 것은 ‘사람중심의 농정’을 지향하는 정부가 농민을 끝까지 외면하지는 않으리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코로나19로 피해 입은 농민과 농업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할 것이라 기대했지만 소리만 요란할 뿐이었다.

전 세계적 위기상황 속에 국가기반산업 중 하나인 농업이 이토록 외면 받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정부가 구상하는 세상에 농민이 있기는 한 것인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코로나19로 농업이 입은 피해는 단순히 그냥 지나쳐 버릴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이로 인해 파생될 수 있는 수많은 문제들이 산적해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피해대응책을 만들어내야 한다. 학교급식에 납품하는 농가만 해도 피해 상황이 완전히 해결된 게 아니다. 현재는 지자체가 협력해서 ‘급식꾸러미’ 등을 통해 일부 품목들이 소비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한계가 분명하다. 학교급식 예산이 급식납품 농가들에게 완전히 지원되는 방안이 필요하다.

본격적인 농번기인 지금 농업현장에서는 일손 부족에 몸살을 앓고 있다. 농업에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인 농업노동력 부족은 외국인노동자의 입국 연기로 그 심각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단기적으로 농업노동자의 외부 인력보충으로 해소하는 차원을 넘어 근본적으로 농민을 양성하고 농촌의 주요 주체로 키울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의식과 장기적인 전망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농식품부가 3차 추경사업으로 제시한 사업의 핵심에는 한국판 뉴딜이 있다. 지금 농업에 필요한 것은 농민이지 토건회사를 위한 일자리가 아니다. 실업자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된 한국판 뉴딜이 성공하고자 한다면 시설의 디지털화에 앞서 농민을 키워낼 수 있는 방안이 포함돼야 한다. 농업분야 일자리 창출은 농민이 늘어날 수 있는 환경조성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다면서 농업시설의 디지털화만 강조한다면 이전과 이후 달라질 것이 없다. 농민이 존재하지 않는 농업·농촌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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