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농촌은 매년이 재난입니다

  • 입력 2020.06.07 18:00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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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최근 우리사회는 실로 놀라운 사회적 합의를 이뤘다. 가공할 재난을 견디기 위해 나라가 돈을 직접 지급해야 한다는데 합의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두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곳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사람을 경쟁으로 내모는 나라다. 복지 정책에는 유난히 조세저항이 강한 우리 사회가 다름 아닌 기본소득을 타개책으로 결정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심지어 한 보수일간지는 (비록 유권자가 기본소득의 ‘맛’을 보았다며, 대놓고 집권이 목적이라고 쓰기는 했지만) 진보 세력의 기본소득 논의를 통합당이 주도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칼럼을 싣기까지 했으니, 앞으로도 기본소득은 중요한 정책도구로 각광받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간 기본소득은 주로 선거철 때나 관심 있는 자들에게 잠깐 반짝이는 존재였지만, 사실 도시 바깥 농촌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이미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다. 코로나19가 창궐하기 한참 이전부터 농촌에서는 이미 농민수당으로 대표되는 농민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줄곧 제기해왔다. 그리고 농민들이 요구에 덧붙인 근거에서는, 우리가 재난기본소득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자고 결정한 이유와 크게 다른 점을 찾아볼 수 없다.

농촌에서는 사실상 이 같은 재난 상황이 적어도 국지적으로는 이미 매년 지속되고 있다. 재배 품종에 따라서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 가격폭락 사태가 한 해로 끝나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며, 난데없이 발생한 자연재해 탓에 대비할 틈조차 얻지 못하고 한 해 수확을 통째로 날리는 일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무관심한 농정과 맞물려 이 농촌 저 품종으로 연쇄작용을 일으키는 풍경은 이제 신기할 것도 없는 뉴스가 됐다.

멀리서 숲을 바라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평균 농가소득은 도시근로자가구 소득의 60% 수준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으며, 농업으로 버는 소득은 농가소득 가운데서도 고작 1/3에 불과하다. 농업소득만 보자면 그 평균치는 올해 최저임금(약 2,150만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많은 농민들은 농사가 채워주지 못하는 수입을 보충하기 위해 무리하게 농사의 규모나 작기를 늘리거나, 불안정한 일자리를 전전하며 더 많은 노동의 굴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농민들이 농민수당(농민기본소득)을 쟁취하기 위해 지금까지 이어온 지난한 싸움을 지켜 본 입장에서 지난 레이스의 경과는 다소 고무적이기까지 하다. 늘 우리 주변에 흔했던 먹을거리의 가치마저 다시 되새기게 만든 오늘날, 상시로 우리 농민을 보호하고 농촌으로 사람이 돌아가게 장려할 당위는 더욱이 하나도 부족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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