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황금연휴’의 악몽

  • 입력 2020.05.24 18:00
  • 기자명 나현균(한의사,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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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현균(한의사,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이사)
나현균(한의사,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이사)

‘황금연휴’는 무슨 개뿔! 자조섞인 푸념이 터져나오는 요즘입니다.

아무 생각없이 물욕의 대명사 격인 ‘황금’이란 말을 붙이더니 황금의 저주가 시작됐을까요? 지난 4월말 5월초로 이어지는 연휴에 습관처럼 갖다붙여 만든 ‘황금연휴’란 단어, 이 단어엔 연휴를 황금처럼 번쩍번쩍 찬란하게 보내고 싶다는 욕구가 내포돼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때마침 줄어든 코로나19 확진자 감소를 핑계 삼아 감염병 전파의 최적 조건이 되는 밀폐된 공간에서 술과 더불어 서로의 비말을 나눠 마시며 밀접한 가무로, 그야말로 연휴를 황금처럼 찬란하게 즐기고… 그 결과, 황금연휴는 결국 우리 모두에겐 다시 생각하기 싫은 ‘지옥연휴’가 돼버렸습니다. 언어는 행동을 지배합니다. 상황의 엄중함을 고려했다면, ‘황금연휴’란 말 대신 ‘안식연휴’라 불렀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지금 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우리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다시 일어서야만 합니다. 그리고 이 어둠속에서 던져진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바라봐야만 합니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상상하지도 못했던 고난을 안겨줬지만, 반면에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참고 견디며 경쟁적 활동들을 잠깐 멈추는 사이, 우리는 우리가 미처 예상치 못한 놀라운 결과들을 목격하게 됐습니다.

제일 먼저 감염병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었습니다.

독감과 감기 등 급성호흡기 감염병이 거의 사라졌고, 눈 감염병이나 수두 같은 전염력이 강한 감염병도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또한 요양병원 등의 만성적인 원내 감염도 눈에 띄게 확 줄어들었습니다. 우리가 그동안 알면서도 등한시 해왔던 단순한 손씻기와 마스크 착용만으로도 감염병 지도를 이렇듯 현저하게 바꿔놓을 수 있다는 것에 질병관리본부조차 놀라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평소에도 우리가 스스로의 위생 수칙들을 지키며, 심신을 갉아 먹는 무수한 낭비적 활동들을 멈추고 우리의 건강과 안식을 위한 수칙들을 좀 더 지켜간다면, 현대의 많은 만성병들 또한 놀랄 정도의 수준으로까지 예방될 수도 있음을 이번 사태는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대기오염이 확 줄며 시야가 툭 트이고 마음까지 맑아지는 세상을 보게 됐습니다.

그레타 툰베리로 대표되는 미래세대들과 환경단체들이 절규하듯 경고하던, 지구 대기의 질이 인간의 활동이 줄어든 불과 며칠 사이에 눈에 띄게 개선됐습니다.

그리고 개선된 환경은 역설적으로 코로나19의 감염으로 인한 직접적 사망자들보다도 훨씬 많은 사람들을 생존하게 만들 것이란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부 과학자들의 주장에 의하면 그 효과는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규모의 약 20배에 이를 것이라 합니다. 더 나아가, 앞으로도 지금처럼 청정한 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면 암과 같은 치명적인 병들의 발병률 또한 획기적으로 낮아질 것입니다.

현대의 산업화가 시작되고 모두가 욕심을 위한 경쟁의 경제전쟁 속에 빠져 살면서 우리는 오염된 세상을 만드는 것을 방치해 왔습니다. 다른 해 같았으면 요즘 같은 봄날 주위에 자욱한 미세먼지로 인해 우리는 열심히 황사마스크를 쓰고 다녔겠지만, 집안 곳곳에 침투하는 미세먼지를 막을 길이 없는 진퇴양난 속에서 허우적거렸을 것입니다.

그러나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갑자기 깨끗해진 지구의 변화를 체험하면서 우리는 진정 추구해야 할 가치와 지구의 미래는 무엇이 돼야 할지를 고민하게 됐습니다. 이는 어쩌면 역설적으로 코로나19가 우리에게 가져다준 선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그간 진정 우리를 살리는 절제와 조화로운 삶을 버리고 황금에 눈이 어두워 말초적이고 물질적인 욕구를 우리의 진정한 가치로 착각하고 살아온 것은 아닌지요?

이제는 이러한 허구적 가치와 과감히 결별하고 우리의 건강을 위한 진정한 길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바이러스를 막는 기본적인 방법은 절제된 삶으로 스스로 방역을 지키며, 낭비적 활동의 자제로 피로를 막아 스스로의 면역력을 유지하는 것임을, 그리고 이것이 결국은 지구와 인류의 건강을 지키는 길임을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우리에게 분명히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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