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농산물 출하 할당제

  • 입력 2020.05.17 18:00
  • 기자명 구점숙(경남 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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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점숙(경남 남해)
구점숙(경남 남해)

어찌됐던 겨울 온난화에 봄철 냉해, 봄 가뭄을 견디고서 속속들이 농산물 출하가 시작되었습니다. 땅이 얼었다 녹았다 하는 초봄에 심은 완두콩도 진즉에 선을 보였고 마늘종이며 올양파, 심지어 마늘도 경매시장을 채웁니다.

우리지역이 가장 아랫녘이므로 노지농사 중에서는 뭐든 일찍 수확해서 시장으로 출하되는 것이지요. 그렇더라도 가격으로 수확철 보람을 맛보기에는 좋은 시절이 아니어서 거저 일을 마무리한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는 꾸역꾸역 수확과 동시에 시장으로 내보냅니다.

정성스레 키우고 알뜰살뜰 다듬은 농산물을 출하해도 여성농민의 통장에 돈이 꼽히지 않는다는 것은 익히 알 것입니다. 그러니 농사의 재미나 보람도 적고 사회적 관계형성이 잘 안 되고, 심지어 생산자로서의 여성농민 지위가 인정되기 어려운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지요. 그 주된 이유까지 포함해서 농촌에 젊은 여성농민이 거의 없고 있더라도 농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 이러한 문제점을 깨닫고서 각 가정에서 알아서들 여성농민들의 이름으로도 농산물을 출하하겠다고 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그럴 일은 별로 없을 듯 싶습니다. 이제까지의 관습이라는 게 그렇고, 세상의 결이 그래왔고, 그것이 문제라고 생각되는 쪽의 힘이 달리니 굳이 알아서 방향이 바뀌지는 않겠지요.

이럴 때는 조금의 외부지원이 필요할 듯 합니다.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농산물 출하 할당제’. 농산물을 부부 중 한 사람의 이름으로만 출하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 여성농민의 이름으로도 30% 이상 출하하게끔 유도하는 것인데, 이럴 경우 3% 정도의 출하장려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그리고 각종 정책에서 우선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하면 어떨까요?

왜 3%냐면 근거는 없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시늉만이 아니라 실제 의미가 반영이 될 수 있는 정도의 지원이 뒤따랐으면 하는 바람으로 그리 말해보는 것입니다. 목적에 맞게 계산해내면 될 일이지요. 그리고 이 업무는 여성농민정책담당자가 관장하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기왕에 지역단위에서도 여성농민정책담당자를 세우는 것이 선진적인 농정이니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꾸꾸꾸꾸’, 높낮이가 다른 산비둘기 울음소리를 들으며 밭에서 일하다가 이 생각 저 생각에 빠져듭니다. 그러다가 여성농민에 멈추어 생각의 집을 짓습니다. 이 봄에도 수고로움이 넘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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