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 농업이 낳은 코로나19?

대규모 단작 - 생태계 파괴 - 병원체 ‘해방’의 연쇄작용
생태농업 확대·식량공급체계 사회화 등의 대책 절실

  • 입력 2020.04.26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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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신자유주의적인 대규모 단작 농·축산업이 야기한 질병이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세계 농민들은 코로나19 이후의 농업과 먹거리체계도 기존과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15일 ‘세계화된 먹거리체계, 불평등, 그리고 코로나19’란 웨비나(웹+세미나, 즉 인터넷 세미나)가 열렸다. 이 웨비나엔 팔레스타인·인도네시아·미얀마·독일의 농민활동가들과 미국 미네소타대학교의 롭 월래스(Rob Wallace) 박사 등이 참석했다.

월래스 박사는 이날 웨비나에서 “생물다양성을 해치는 대규모 단작·집약형 농업이 에볼라, 사스,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각종 전염병을 확산시켰다”며 “(코로나)바이러스도 자체적으로 등장한 게 아니라, 그 동안 확대된 공장형 축산, 대규모 단작 농업환경과 결합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월래스 박사는 <대규모 농장이 대규모 독감을 낳는다(Big farms make big flu)>의 저자로, 전염병과 농업의 연관성을 연구해 왔다. 월래스 박사에 따르면, 자본이 대규모 농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삼림 파괴와 개간을 추동해 새로운 질병의 발생 조건이 만들어졌다. 즉 자본에 의해 자연 생태계가 파괴됨으로써 삼림 생태계에 가로막혀 있던 여러 병원체가 풀려나온 데다, 가축이나 작물의 유전적 동질성이 높아져(즉 생물다양성이 낮아져) 질병 전파 속도를 늦출 수 있는 면역 장벽도 사라졌다. 높은 사육밀도는 가축의 면역 반응을 약화시켜 질병 전염성을 더욱 높였다는 것이다.

월래스 박사는 ‘코로나19 이후 농업’에 대해 “자본의 기업형 농업에 의해 희생돼 온 농촌을 살리고, 농민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한 뒤 “산업적 농업 대신 가축과 작물의 다양성이 담보되는 농업을 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월래스 박사는 지난달 독일의 월간지 <마르크스21>에서도 △농업 생물다양성 강화 △전략적 산림 재조성 △동물복지 강화 △생태농업에 대한 국가 지원 강화 △식량공급체계의 사회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웨비나에선 코로나19로 인한 각국 농민들의 고통도 소개됐다. 비아캄페시나 유럽지부 회원인 독일 농민 파울라 지올라 씨는 “현재 유럽 농업은 산업화되고 종자기업에 좌지우지되는 상황이다. 이들에 의해 생물다양성이 상실되면서 동물성 질병도 늘어났다”며 “코로나19로 공공시장과 식당들이 폐쇄되고 직거래도 제한돼 스페인·이탈리아 등지의 농민들은 판로를 잃었다. 세계화로 인해 농민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밝혔다.

모아야드 비샤라트 팔레스타인 농업노동위원회연합(UAWC) 위원은 “우리는 이스라엘의 점령으로 소외당하고 (기본권이)취약한 상황에서 코로나19까지 닥쳐 어려움이 크다”고 했다. 비샤라트 씨는 이어 “UAWC는 지역에서 토종씨앗 보급을 위해 35만개의 채소 모종을 소농들에게 지원했고, 상업적이거나 화학적인 농사에 의존하지 않는 농민, 소외당한 지역 공동체를 지원 중이다”라며 자립을 위한 노력을 소개했다.

한편, 누리 마르티네스 비아캄페시나 국제조정위원은 지난 17일 ‘국제농민 투쟁의 날’을 맞아 라틴아메리카 언론네트워크 텔레수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전염병 대유행(Pandemic)은 모두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공정한 가격에 보장하는 것과, 환경과 함께 지속가능한 다양하고도 농생태학적인 먹거리 체계를 갖추는 게 중요함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비아캄페시나는 “집에 머물지만 침묵하지 않겠다(#Stay Home, But Not Silent)”란 구호를 내걸며, 향후 코로나19의 원인인 신자유주의 농업 반대, 농민주권 수호운동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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