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코로나19로 인한 식량위기,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

  • 입력 2020.04.12 18:00
  • 수정 2020.12.08 16:52
  • 기자명 박종서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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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서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총장
박종서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총장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국가 간의 이동이 제한되고 국경이 봉쇄되자 각국은 자국의 안정적인 식량 확보를 위해 수출 제한과 비축을 확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적인 식량위기가 닥쳐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경고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최대 밀 생산국인 러시아는 지난 3월 열흘간 수출을 중단했으며, 세계 3위 쌀 생산국인 베트남과 캄보디아, 태국 등은 자국의 식량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등 서유럽 국가에서는 동유럽이나 북아프리카의 농업노동자 유입이 봉쇄되면서 수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일부 국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지만 앞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전 세계적인 식량 수급 불안은 점차 확대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우려한 듯 유엔식량농업기구(UNFAO)는 지난 3월말 발표한 보고서에서 식량 확보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수출 제한이 발생할 경우 세계 시장에 식량 부족이 초래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국제 협력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와 같은 제한조치가 확대될 경우 4~5월 중 식량위기가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국제적 곡물 수급 상황이 불확실하게 전개되자 국내에서도 안정적인 식량 확보의 필요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체감하지 못하지만 2018년 기준 국내 식량자급률은 50%에 못 미치고 있으며, 사료용을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21.7%로 우리나라는 세계 6위 식량수입국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나마 2018년 기준 쌀은 97.4% 자급하고 있지만, 옥수수의 경우 3.4%, 콩은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밀의 경우에도 자급률이 1.2% 정도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돼 곡물 수출국들이 수출을 제한할 경우 국제 농산물 가격은 급등할 것이고, 우리와 같이 식량자급률이 낮은 국가의 경우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시급히 식량안보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새롭게 설정하고,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밀이나 콩, 옥수수 등에 대한 과감한 지원을 통해 자급률을 올려야 한다. 그리고 직불제 개편 과정에서 변동직불제를 폐지함으로써 쌀에 대한 안정적인 가격지지 정책이 사라진 것도 바로 잡아야 하며, 매년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는 농지에 대한 보전 정책도 다시 수립해야 한다. 더불어 농가의 지속가능한 영농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공익형직불제 예산 확대와 농민기본소득 도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시급한 과제로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되면서 당장 학교급식에 공급하려던 친환경농가의 피해에 대한 신속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언제 개학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친환경꾸러미나 유통업체를 통한 특별판매 지원은 미봉책에 그친다는 것이 친환경농업계의 의견이다. 따라서 기존 친환경 무상급식 예산으로 책정돼 있는 급식비를 활용해 초중고 학생을 둔 가정에 친환경농식품 생활꾸러미를 공급한다면 친환경농가들의 피해도 줄여 나가면서 식비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정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밖에 외국인 농업노동자 입국 제한으로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농촌 인력 문제와 수입 사료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축산업계의 피해 대책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은 정부만의 몫이 아니다. 정부와 농민, 소비자 그리고 전문가 등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농업계 비상대책기구를 만들어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식량안보 문제는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구성원 모두가 함께해야 할 문제다. 그런 의미에서 친환경농가들을 돕기 위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팔아주기 운동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수 있다. 국내 농업을 지키고 농민 보호를 위해 고통을 함께 나누려는 국민들의 성숙한 소비 의식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였으며, 농민들도 국민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좀 더 적극적으로 기울인다면 국민에게 지지받는 농업, 국민과 함께하는 농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상황은 우리가 이전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국가적인 총체적 위기 상황이다. 다른 나라의 식량위기가 먼 일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바로 우리 옆에 가까이 다가와 있는 문제다. 이러한 상황을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해법을 함께 모색하려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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