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코로나19와 식량안보

  • 입력 2020.03.01 18:00
  • 기자명 안경아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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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아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
안경아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

 

식량안보 정책이 캐비넷에서 나올 때가 됐다. 식량안보는 모든 사람이 필요로 하는 식량에 대해 물리적으로 또 경제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2007~2008년, 2010~2011년 두 차례의 글로벌 식량위기를 겪으면서, 필리핀 같이 식량자급률이 낮은 국가에서 심각한 폭동이 일어나는 사태를 지켜봤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아래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자유로운 이동을 주장하지만, 수출규제에 대해서는 제한적이다. 식량위기 시 식량수입국은 식량수출국의 수출규제에 대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언제든지 국가 간 식량 이동이 자유롭지 않을 수 있다.

우리나라 코로나19 감염병 확진 환자가 최초로 보고된 지난 1월 20일 이후 1개월 만에 1,000여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감염병 확산세가 무섭다. 홍콩, 대만 등 중화권 국가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이란의 확진자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이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감염병 확산에 따라 농축수산식품 수급도 영향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감염병 확산 초기에는 외식과 대형마트 소비 감소세가 뚜렷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농축산물 가격도 하락했다. 그러나 대구·경북지역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히 증가하면서부터, 대구·경북지역에선 대형마트가 붐비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사재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마켓에서 저장이 가능한 물, 라면, 즉석밥, 냉동식품 등의 구매량이 폭증했다.

한편, 중국산 농산물 가격 상승도 일어났다. 중국산 김치, 당근, 깐양파 등의 수입량이 약 30% 줄고 가격은 상승했다. 우리보다 앞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던 중국에서 수출이 원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중국에 농산물 소비를 얼마나 의존하고 있을까?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 농림축산식품 수입실적은 414억2,100만불(한화 약 50조3,679억원)이다. 이 중에서 수입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1위 미국, 2위 중국, 3위 호주 순이다.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실적은 61억1,800만불(한화 약 7조4,395억원)에 달하며, 이는 전체 수입액의 14.8%를 차지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서울지역 음식점 330개소 조사 결과, 음식점의 53.9%에서 중국산 배추김치를 구매했다. 중국산 구매 음식점 비중은 깐양파 55%, 다진마늘 45.2%, 고춧가루 45.1%, 깐마늘 45.1% 순이다. 통계청의 가계동향 조사 결과, 식품비 중 외식비 비중이 47.6%임을 감안하면 우리도 모르게 중국산 농식품을 많이 먹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제주 푸드플랜 수립을 위해 전문가 자문을 구하면, “제주는 지리적으로 섬인데, 식량안보 관점의 푸드플랜을 수립해야 하지 않겠냐”라는 의견을 제시하는 분들이 있었다. 연구자 개인적으로 제주의 식량안보 문제가 언제 발생하겠는가 싶었다. 태풍과 폭설로 하늘길과 바닷길이 끊겨도 늦어도 2~3일이면 복구되니 말이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을 지켜보면서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구 4만3,000여명의 청도군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듯이, 식량부족 문제도 중소도시, 변방에서 먼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우리 국민의 시민의식을 감안하건데,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감염병 조기 진단을 통해 이번 사태는 금방 진정되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 감염병 확산이 보여준 위기 상황은 여러 분야에서 교훈을 남길 것이다. 특히 농업분야는 식량안보 정책을 재수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을 계기로 식량안보 정책을 복원하자면, 우선 곡물자급률을 식량자급률 지표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곡물자급률 24%는 몇 년째 정체된 반면, 소비자가 체감하는 수입산 농축산식품의 종류와 양은 눈에 띄게 늘었다. 생산부터 소비까지 연결된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국민영양통계와 연동해 식품섭취량을 기준으로 식량자급률을 관리하고, 한국은행의 산업연관표에서 기업이 소비하는 농수산식품의 중간수요에 대해서도 관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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