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특위는 왜 한국노총에 갔나
농특위는 왜 한국노총에 갔나
  • 원재정 기자
  • 승인 2020.02.16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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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문제, 국민문제로 키우려면 시민사회단체 소통해야”
20여개 비농업계 단체와 농업문제 함께 풀 ‘사회협약’ 체결 계획

[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농업 무관심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농업의제를 국민적 관심사로 확산시키기 위해 지난 6일부터 비농업계와 소통에 나섰으나 방문한 단체 모두 농특위가 뭐하는 곳인지부터 생소해 했다. 농특위는 “사실, 농특위가 있는지 잘 몰랐다”는 겸연쩍은 인사를 받았고, “잘 모르실 거다. 그래서 설명 드리러 왔다”고 답변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지난 11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박진도 농특위 위원장의 첫인사도 이렇게 시작됐다.

이번 간담회는 보름 전 농특위가 한국노총에 요청해 마련된 자리였다. 한국노총은 신임 지도부 선거가 끝나고 지난달 28일 취임식을 한 터라 각계에서 인사차 방문하는 일정도 잦았다. 한국노총 ‘신임 지도부’라서 농특위가 낯설었을 리는 없다.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지난 11일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한국노총 지도부와 간담회를 열고 있다.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농특위)와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지난 11일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간담회를 연 가운데 박진도 농특위원장이 농특위에 대한 소개와 사회협약에 관한 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박진도 위원장은 농특위가 왜 왔는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설명했다. “농특위는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 농정공약이었고, 지난해 4월 25일 법에 의해 출범한 대통령직속 위원회다. 2000년대만 해도 한국노총이 농업계와 연대활동이 활발했었다. 하지만 최근엔 연대활동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노총만의 특별한 사례는 아니고, 농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멀어진 탓이다.”

김현곤 농특위 대외협력팀장은 “기후위기와 식량위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높은 편이다. 하지만 농업·농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연결 짓지 않는다”면서 “농업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국민 모두를 위한 길이라는 점을 좀 더 알려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농특위 주최로 지난해 12월 12일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연 타운홀미팅 보고대회에서 대통령은 ‘농정틀 전환 5대 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 농정의 틀을 바꾸기 위해서는 농민만이 아닌 국민의 힘이 모아져야 완결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박진도 위원장은 농업개혁 의제를 사회단체 전반으로 확대하는 ‘사회협약’을 공언했다. 건강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식량공급 책임과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기여하는 생산활동을 하는 것이 농어민의 의무라면, 국가와 시민사회는 농어민이 안심하고 농사짓도록 농산물 가격안정, 공익적 가치 유지에 대한 지불을 책임지는 것이 사회협약의 배경이다.

농특위 설명 뒤엔 한국노총이 산하기관인 한국농어촌공사노조, NH농협지부, 농업정책보험금융원노조 등의 농업분야 의제를 꺼냈다.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보호, 농협의 사업구조개편 이후 불거진 문제 등을 농특위에서 챙겨달라고 요청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노동 쪽은 저성장 시대에 새 기술의 발달로 일자리를 지키기 어렵다는 어려움이 있다. 국가나 사회가 나락으로 떨어진 노동자를 외면하지 않을 거라는 신뢰가 중요하다. 신뢰는 한 번에 쌓이지 않는다. 끊임없는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면서 “우리 사회 어떤 단체든 먹거리의 중요성이나 농업·농촌의 중요성에 공감한다고 생각한다. 노동계에서도 농어민의 어려움에 어떻게 연대하고 도울 것인지 고민하겠다”고 답변했다.

농특위와 한국노총 양 단체가 준비한 자료 설명이 끝난 뒤부터는 분위기가 한층 친근해졌다.

대학 때 농활경험을 꺼내면서 농업·농촌의 중요성을 말하는가 하면, 충북 음성 혁신도시 공공기관에 있을 당시 구내식당에 지역농산물 사용에 대한 농업계 요구를 들어왔던 경험들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사실 농업·농촌의 연결고리들은 이미 다 갖추고 있는 셈이었다. 아이쿱 구례공장의 얘기도 나왔다.

식량주권 문제나 안전한 농산물 생산문제, 농어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인권이 사회협약에 고루 담겼으면 한다는 바람들도 자연스레 전했다.

곽금순 농특위 농수산식품분과위원장은 “먹거리 체계 확립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특히 농업을 살리기 위해 소비는 중요한 부분이다. 먹거리 운동은 외국 보다 우리가 더 빠르고 오래됐으나 확산이 안 된 이유가 국민적 공감대가 없었기 때문이다. 농특위가 추진하려는 사회협약은 그래서 더 중요하다”면서 한국노총의 관심을 당부했다.

박진도 위원장은 “사회변화를 추구하는 노총 같은 곳에서 선도적으로 농업농촌 문제를 받아줘야 사회적 관심사로 조명 받는다. 우리끼리 아무리 외쳐봐야 밖으로 전달이 안 된다”면서 “사회협약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농업문제를 함께 한다는 것이 출발점이자 문제해결의 열쇠라는 생각이다”고 강조했다.

농특위는 한국노총 간담회를 마치자마자 용산 여성단체협의회(회장 최금숙)로 향했다. 도시락 간담회를 하면서 농업문제, 사회협약을 얘기하기 위해서다. 여성단체협의회는 ‘똑똑한 소비자’ 입장에서 좋은 농산물을 소비할 수 있는 여건에 큰 관심을 보였고 농촌체험, 원산지표시, 여성농업인 육성 등의 문제도 언급했다. 하지만 농특위나 농업문제에 대해 낯설어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농특위는 한국노총 간담회를 마친 뒤 용산 여성단체협의회로 자리를 옮겨 도시락 간담회를 열었다. 최금숙 여성단체협의회장이 농업을 살리기 위한 소비자들의역할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농특위는 한국노총 간담회를 마친 뒤 용산 여성단체협의회로 자리를 옮겨 도시락 간담회를 열었다. 최금숙 여성단체협의회장이 농업을 살리기 위한 소비자들의 역할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농업문제의 중요성에 공감한 여성단체협의회는 사회협약에 역할이 있다면 적극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농특위는 앞으로도 한살림과 환경운동연합,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참여연대 등 국내 20여개 시민사회단체와 3월 초까지 지속적으로 간담회를 추진한다. 농업·농촌·농민의 문제는 어렵거나 나와 상관없는 일이 아니라 ‘매일 먹는 밥상의 문제’이자 곧 ‘우리의 문제’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다. ‘농업 무관심’이라는 우리 사회의 벽을 담쟁이처럼 넘어서겠다는 농특위의 계획은 올해 말 범사회단체와의 사회협약 체결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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