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씨앗 보전 위한 국제 규범은?

  • 입력 2020.02.09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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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토종씨드림 ‘씨농제’ 때 전시된 토종 물고구마들. 같은 물고구마라도 재배지역에 따라 모양새와 크기가 다르다. 토종씨앗은 그 존재 자체가 농업 및 생물다양성을 의미한다.
토종씨드림 ‘씨농제’ 때 전시된 토종 물고구마들. 같은 물고구마라도 재배지역에 따라 모양새와 크기가 다르다. 토종씨앗은 그 존재 자체가 농업 및 생물다양성을 의미한다.

토종씨앗 보전을 위한 해외의 움직임으로서 토종씨앗 보전 법안을 만들었던 유럽과 아프리카 사례가 눈에 띈다.

김은진 원광대 교수는 1일 토종씨드림 정책토론마당에서 유럽연합(EU)의 ‘토종종자 보존을 위한 지침’과 아프리카연합의 ‘지역공동체, 농민, 육종가의 권리 보호 및 생물자원 접근 규제를 위한 아프리카 모델법(모델법)’을 언급했다. EU의 ‘토종종자 보존을 위한 지침’은 지역공동체 내에서 적응한 종자가 해당 지역 및 그와 유사한 환경을 가진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재배·판매되는 걸 보장한다. 토종씨앗에 특허를 매기지 않고, 지역의 식물자원으로 농민들이 보전하는 걸 권장하는 것이다.

한편 아프리카연합의 ‘모델법’은 19세기 이래 서구열강으로부터 토종씨앗을 약탈당했던 아프리카 사람들이 대륙 차원에서 토종씨앗을 지키기 위해 만든 법안이다. 이 법안은 아프리카의 생물자원에 대한 접근권을 엄격하게 제한하며, 관할기관과 지역공동체의 승인 없이는 자원 수집을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또한 농부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상업적 목적으로서의 ‘육종가의 권리’보다 농부권을 우선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모델법은 아직 모든 아프리카 국가에서 강제 적용되진 않는 상황이다.

범세계적 차원에서 볼 때, 생물다양성협약 및 ‘식량과 농업에 관한 식물유전자원 국제조약(식물유전자원조약)’, 그리고 국제연합(UN)의 농민권리선언 등이 ‘토착민의 전통지식’으로 토종씨앗의 권리를 인정한다. 해당 조약 및 협약들의 종자 관련 내용은 TRIPs나 UPOV 협약 내용과 배치된다.

다만 생물다양성협약은 ‘전통지식’ 권리보장의 방법으로 지식 이용에 따라 발생하는 이익의 공평한 공유를 장려해 전통지식의 가치를 금전적으로 환산했다는 문제가 있다. 식물유전자원조약은 농부권을 규정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지만 강제력이 없다.

2018년 말 발표된 UN 농민권리선언은 제19조 ‘종자에 대한 권리’에서 ‘소농과 농촌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종자에 대한 권리 및 종자와 전통지식의 유지·관리·보호·육성 권리가 있다고 명시했다. 식물유전자원조약과 마찬가지로 강제성이 없지만, 국제기구 차원에서 한층 더 종자에 대한 소농의 권리를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의 종자산업법은 여전히 종자산업 육성을 중심 목적으로 삼는 법이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식물유전자원조약의 국내 시행을 위한 ‘농수산생명자원의 보존·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있지만, 식물유전자원조약과 달리 농부권 보호를 명시하는 내용이 빠졌다는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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