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어기여차’ 즐겁게 살자

  • 입력 2020.02.09 18:00
  • 기자명 강정남(전남 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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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남(전남 나주)
강정남(전남 나주)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성격 좋고 무던하고 물 흐르는 대로 흘러가는 사람일까? 모나지 않고 둥글게 사는 게 나쁘지는 않지만 때로는 성격 좋은 사람 때문에 여럿이 힘들 때가 있다. 상대적으로 무엇을 하려면 성격 좋지 않은 나 같은 사람이 밀고 나가야 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기 마련이다. 성격 좋은 사람은 그냥 따라오거나 별말 없이 가면 된다.

그래서 성격 좋지 않은 내가 종종 억울해지는 일도 있지만 나는 내가 맘에 든다. 악착같이 살아올 수밖에 없었던 지난날도 잘 살았다고 얘기할 수 있고 앞으로도 나는 잘 살 것이다. 할 말 다하고 사는 나는 스트레스 같은 건 없다고 여길지 모르나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 지수가 장난이 아니다. 뒷목이 뻐근할 때가 너무 많아져서 슬며시 걱정이 되기도 한다.

사람이 어떤 자세로 살아갈 것인가에서 성격이 갈리는 것 같다. 그냥 남편 그늘 밑에서 고분 고분하게 사는 사람은 성격 좋은 여자에 들어가고 남편의 의견과 달리 자기 주장을 내세우는 순간 성격 더러운 여자가 돼버린다. 특히나 농촌에선 농사일부터 해서 남자에게 우선권이 있는 것이 대부분이라 어떤 의견을 내세우면 모르면서 아는 척 한다고 타박받기 일쑤다.

그러면서도 일을 끝까지 두세 배 열심히 하는 사람은 여성농민이다. 농민수당도 농가경영체 등록된 자로서 1가구 1인으로 제한해 똑같이 농사일을 하면서도 농민수당은 남자에게만 돌아간다. 진짜 농사꾼이 헛 껍데기 농사꾼이 되는 순간이다. 억울하지만 계속 주장할 수밖에, 언젠간 소귀에 경 읽을 날도 오겠지 뭐!

어떻게 보면 자기 주장이 아니라 실은 존재에 대한 이야기이다. ‘저도 여기 있어요! 살아서 할 말을 하는 거예요! 내가 여기 있기 때문에 이러는 거예요’라고 말이다. 그 소리에 귀 기울여 주지는 못할망정 타박을 먼저 한다면 서로의 평화와 행복은 바라기 힘들지 않겠는가!

특히나 앞서서 나가는 농촌의 여성들에게, 여성농민들에게, 눈높이를 더 높여달라고 요구하기를 바란다. 아나요? 성격 더러운 여자들이 세상을 바꾸고 살아왔다는 것을, 그런 면에서 나는 나를 포함, 박수를 보내고 싶다! 성격 더러운 여자들이여! 계속 그럴지어다!

변혁운동 한답시고 계급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거창한 말보다 실은 이런 것들이 혁명 그 이상이라고 본다. 여성농민활동가 중에는 여성의 문제를 주변화하고 근본적인 구조를 바꾸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를 더러 보아온 나로서는 그런 분들에게 신뢰가 생기지 않는다. 절대! 왜냐하면 그 어떤 것보다 생활에서의 실천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람을 따뜻하게 보는 시선, 같이 아파해 줄 수 있는 사람, 자연도 동등하게 지구의 주인으로 생각하는 사람, 가난하지만 함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는 많은 사람, 구속과 억압이 없는 사람, 훅~ 하고 지나가는 바람소리에도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 먼저 난 발자국을 따라가면서도 길을 만들어 가는 사람, 찬찬히 돌아보면 분명 우리 주위엔 있다 이런 사람이. 아직은 가슴 따뜻한 사람이 더 많은 세상이다. 힘을 내서 올 한해도 힘차게, 기운차게 살아보자!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다. 우리 주위의 사람들과 다시 ‘어기여차’하며 즐겁게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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