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 무엇을 남겼나?
제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 무엇을 남겼나?
  • 박경철 기자
  • 승인 2020.02.09 1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이번에도 결국 ‘깜깜이 선거’였다. 농협중앙회장 선거제 개혁은 또다시 다음 기회로 미뤄졌다. 지난달 31일 서울시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열린 제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회장으로 당선된 이성희 전 감사위원장이 당선통지서를 들고 지지자들의 환호에 응답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이번에도 결국 ‘깜깜이 선거’였다. 농협중앙회장 선거제 개혁은 또다시 다음 기회로 미뤄졌다. 지난달 31일 서울시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열린 제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회장으로 당선된 이성희 전 감사위원장이 당선통지서를 들고 지지자들의 환호에 응답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선거 벽보는 선거가 치러지고 있음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전통적 선거운동방식이다. 지난해 3월 치러진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 당시에도 전국의 농협마다 부착된 각 후보별 벽보는 농민조합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조합장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농협중앙회장을 뽑는 이번 선거는 어땠을까?

전국 어느 지역농협에서도 선거 벽보는 눈 씻고 봐도 찾을 수 없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선관위)는 의무 규정이 없다고 하지만 농촌 현장과는 멀어진 채 깜깜이로 치러진 농협 회장 선거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농협 회장 선거가 이렇게 치러지는 핵심적인 배경엔 간선제가 있다. 조합장은 농민조합원을 대표하고, 대의원 조합장이 조합장들을 대표한다지만, 이들이 회장으로 누굴 뽑아야 될지 농민조합원과 현장 조합장들에게 묻는 의견수렴의 과정은 간선제라는 이름으로 생략된다. 이런 가운데 전국 1,118개 농협 조합장 중 293명(회장 포함)의 대의원 조합장만이 투표권을 행사하고 있다.

후보자들이 대의원 조합장들의 표심만 잡으면 당선될 수 있다고 판단하는 이유다. 실제로 이번 선거에서도 후보자들은 대의원 조합장과의 만남에 공을 들이거나 암묵적인 거래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후보자들은 조합장만을 대상으로 한 선심성 공약도 앞 다퉈 쏟아냈다.

농민대통령을 뽑는 선거라는데 농민조합원들은 투명인간이 된 채 강 건너 불구경만 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실제로 현장의 농민조합원들이 기자에게 “선거가 어떻게 돼가는 것이냐”고 묻고, “누가 누군지 모르겠다”고 푸념할 정도다. 일선 조합장들도 마찬가지다.

선거운동을 과도하게 제약하는「공공단체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위탁선거법)」의 한계도 문제다. 후보자의 정책을 살피고 타 후보와의 차별성을 확인할 정책토론회조차 열리지 않는 게 대표적이다. 이렇다보니 엇비슷한 공약을 내오거나 지난 선거 공약을 재탕해도 문제될 게 없다. 또한 불법적 선거운동도 불사한다. 실제로 선거과정에서 지역선관위가 대의원 조합장들에게 배포된 괴문서를 수사의뢰한 바 있다.

이렇듯 간선제와 깜깜이 선거의 한계 속에 후보자의 자질과 정책은 가려진 지 오래다. 그 자리는 구태의연한 선거방정식의 답습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선거도 마찬가지다. 농업계와 농협 개혁 진영이 직선제로의 전환과 선거운동 확대를 부르짖어 온 것도 그래서다.

이와 관련 지난해 국회에서 직선제 도입과 선거운동 확대를 위한 관련 법 개정 처리가 추진되기도 했지만, 여러 논란과 총선이라는 굵직한 선거 일정에 밀리고 말았다. 단 하나 바뀐 게 있다면 예비후보자 제도가 도입된 정도다.

어쨌든 역대 최다 후보가 출마하며 눈길을 끈 제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이성희 신임 회장 당선으로 일단락됐다. 선거는 끝났지만 지난 선거와 마찬가지로 간선제와 선거운동 제약에 따른 명확한 한계가 남았다. 4년 뒤에도 또 이렇게 선거를 치러선 안 될 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