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수입 현장에 “농민 편 누구 없소”
농산물 수입 현장에 “농민 편 누구 없소”
  • 권순창 기자
  • 승인 2020.01.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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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 인천항 수입 창고 참관
산적한 수입물량에 “의지가 뚝”
정부기관에 수입억제 역할 촉구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지난해 12월 24일 인천항 보세창고에서 안전검사 과정을 참관하는 농민들. 농민 제공
지난해 12월 24일 인천항 보세창고에서 안전검사 과정을 참관하는 농민들. 농민 제공

농민 대표들이 지난해 12월 24일 인천항 농산물 수입 현장을 참관하고 일선 정부기관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수입농산물의 식물검역 및 안전성검사가 국내 농업현실이나 먹거리안전 실태에 비해 너무 느슨하고 방관적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12월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집회를 연 제주 농민들은 수입검역 강화를 위해 정부-농민이 협력하자는 약속을 받아냈다. 이후 제주 양배추·무·당근을 비롯해 육지의 마늘·양파·배추 농가들이 사안을 공유했고 이번에 각 품목 대표 10여명이 인천을 방문한 것이다.

농민들은 인천 주안동 농림축산검역본부 중부지역본부에서 정부 측과 간담회를 가졌다. 당초 출석키로 한 농식품부 유통정책과·원예산업과는 불참했지만 검역정책과와 식약처·검역본부 관계자들이 다수 배석했다.

농민들은 기대보다 허술한 수입농산물 검역체계에 불만을 표했다. 병해충이 검출돼 독한 약품(메틸브로마이드)으로 소독된 수입농산물이 아무 표시없이 시장에 유통된다든지, 병해충 검출 수입농산물의 ‘선적지’만 파악 가능할 뿐 ‘생산지’에 관리·제재가 이뤄지지 않는 현 실태가 국민건강과 농가경제를 공히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창남 제주마늘생산자협회(준) 부회장은 “여러분의 펜끝 하나가 250만 농민과 5,000만 국민을 살릴 수 있다. 문제가 발생한 지역에서의 수입만 막아줘도 농민이 살고 국민이 산다. 그 생각을 않고 (수입업자들의) 사업을 어떻게 재개시켜 줄 수 있을까만 생각해선 안된다”고 일갈했다.

지난해 12월 24일 인천항 보세창고에 수입농산물이 가득 쌓여있는 모습. 농민 제공
지난해 12월 24일 인천항 보세창고에 수입농산물이 가득 쌓여있는 모습. 농민 제공

간담회 후 농민들은 인천항 수입농산물 보세창고로 이동해 식약처의 잔류농약·중금속검사를 참관했다. 창고를 둘러보고 나온 농민들은 당근·무·양배추·적채 등 산더미처럼 쌓인 고품질의 수입농산물에 “농사 지을 의지가 떨어진다”며 망연자실한 반응을 보였다.

최상은 전국마늘생산자협회 부회장은 “농업의 위기를 새삼 느끼고 있었지만 막상 수입창고를 보니 정말 심각하다. 이런 물량이 인천뿐 아니라 평택·부산 등 여러 곳에서 들어오는 게 아닌가. 정부기관들이 농산물 수입과 국내 유통과정을 철저히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착잡해했다.

현장에서 진행한 2차 간담회에서 농민들은 국산에 비해 훨씬 약한 수입농산물 잔류농약 패널티, 김치 수입업체 위생점검체계 미흡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농산물 수입현장 일선에 있는 정부기관이 수입업자보다 농민과 국민의 편에 서서 비관세장벽을 최대한 높여 달라는 취지의 발언들이었다.

정부 측 반응은 다소 소극적이었다. 검역본부 측은 ‘필요최소한’으로 해야 한다는 국제검역규정과 행정력 소모를 이유로 농민들의 요구마다 난색을 드러냈으며 식약처 측이 “국내 생산자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법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 찾아보겠다”고 추상적인 답변을 했을 뿐이다. 농민들은 제주 지역구 오영훈 의원실의 중재하에 향후 수 차례 정부 측과 수입농산물 관련 논의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한편 지난해 12월 4일 농민들로부터 ‘도매시장에서 수입농산물 취급을 자제한다’는 내용의 상생협약을 제안받았던 가락시장 청과도매법인 5개사는 이날 협약 거부 의사를 최종 통보했다. 도매법인들이 나름의 고충을 설명하기 위한 대화 자리를 요청하고 있어 조만간 농민-도매법인 간 간담회 자리도 마련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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