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청년은 배우고 싶다

  • 입력 2019.12.22 18:00
  • 기자명 김후주(충남 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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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후주(충남 아산)
김후주(충남 아산)

청년농업인들은 배울 게 너무나도 많다. 대부분의 직업들은 극도로 전문화된 한 분야의 작은 부분만 알고 있어도 월급받는 데 지장이 없지만, 오늘날 농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거의 모든 분야에 전문가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로 모든 일에 능숙한 전문가인 사람은 없으니 배우고 익히는 과정이 필수다. 기본적으로 식물·토양·농기계조작·농법부터 판매·마케팅·가공·서비스·경영·회계·법·IT·금융 등등… 그놈의 ‘6차 산업’ 시대에 이제는 단순히 농사짓는 법만 알아서는 농부로 살아남을 수가 없다. 한국은 전문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농업관련 분야의 전문가를 육성하고 인프라를 마련하기보다 “농부들 본인이 직접 배우고 알아서 살아남아 봐라”며 방치하기 때문이다. 농업계는 다른 분야들에 비해 소외돼 있고 가용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농부들, 특히 갓 농사에 뛰어든 청년농업인들은 일당 백이 돼 이 일 저 일 다 하는 와중에 이것저것 배우려다가 과로에 시달린다.

필요에 의한 교육뿐만 아니라 후계농, 청·창농 사업에도 교육은 의무사항이고 일정 시간 교육을 듣고 인증을 받지 못하면 탈락하거나 사업취소 위기에 놓인다. 나 역시 내가 절실히 원하는 교육을 받기 위해서, 사업에 탈락하지 않기 위해서 사방팔방 들을만한 교육을 말그대로 ‘사냥’하고 다녔다. “어느 교육이 좋아? 거기 교육 언제 열어? 어디 가야 교육 정보를 볼 수 있을까?” 청년농업인들이 모이면 꼭 나오는 대화 주제다. 수많은 질문들이 오고가지만 청년들은 아직도 답을 찾지 못했다. “그 강사가 강의 중에 부적절한 말을 했대. 교육인줄 알고 갔는데 결국 영업이더라고. 거기 강사가 나보다 잘 모르는 것 같던데? 그 교육은 타 지역 사람이 절대 들을 수 없어. 거기 교육은 의무교육시간으로 인정 못 받을걸? 그 연수 시간낭비 아냐?” 또 다시 새로운 질문에 봉착할 뿐이다.

기존의 농업교육은 한정적이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부족하다. 농업교육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교육이 너무 적어서 들었던 교육을 또 들어야 할 때도 있다. 커리큘럼의 다양성이 떨어지고 형식적인 농업교육들은 고루한 강의법과 의무출석의 늪에 빠져 있다. 농업에 꼭 필요한 교육을 받았는데도 지정 교육기관이 아니면 인정해주지 않기도 한다. 그런데다가 교재는 조잡하고 텍스트가 빼곡한 PPT 붙여넣기이고, 강의내용은 단편적이고 낡아서 현실과 맞지 않기도 하다. 강사는 내용조차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경우가 있을 지경이다. 배우는 사람의 수요와 특성에 맞춘 흥미롭고 능동적인 교수법이 쏟아져나오는 시대에 농업교육은 30년 전에 멈춰있는 것처럼 보인다. 심지어 교육이라고 해서 참여했는데 교육이 아닌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예가 해외연수, 선진지 견학이라는 이름의 관광상품이다. 없는 돈과 시간을 쪼개 선진지 연수라고 해서 왔더니 실상은 돈 걷어서 술 마시고 가이드에게 돈 쥐어주는 관광코스다. 농업선진국의 현장이 궁금했던 청년들은 당황하고 분노한다. 이래저래 불만을 토로하고 건의사항을 말하면 욕을 먹기도 하고, 그 다음 연수모집대상 명단에 우연히도 누락돼 연락을 받지 못한다.

청년농업인들이 농업교육에 소극적인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교육이 지루하고 수준미달이기 때문이다. 정말 필요한 양질의 교육이 있으면 과감하게 투자하고 능동적으로 파고드는 것이 청년농업인이다. 언제나 배움에 목마르다. 모내기를 하려면 논에 물을 대야 되듯이 유능한 청년농업인들을 유치하고 육성하려면 좋은 농업교육이 넉넉하게 준비돼 있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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