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정부가 농장방역을 강화하겠다는 구실로 연이어 가혹한 잣대를 축산농민에게 들이대고 있다. 정부가 방역원칙인 매뉴얼을 무시하고 ‘특단의 조치’ 에만 기대며 정책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린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돈농민들은 당초 중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지난해부터 지역에서 거듭 ASF 발생 긴급행동지침(SOP) 등 메뉴얼에 따른 방역조치를 교육받았다. 그러나 막상 국내에서 ASF가 발생하자 정부는 기존 매뉴얼을 깡그리 무시하고 ‘특단의 조치’에만 매달렸다. 급기야 ASF가 발생하면 시군단위의 모든 사육돼지를 살처분하는 무리수까지 강행했다.
한돈농민들은 ASF 발생 초기엔 긴급한 상황이란 점을 감안해 최대한 정부의 방역조치에 협조했다. 그러다 방역당국이 인천 강화, 경기 파주·김포에 이어 연천지역까지 시군단위 살처분 조치를 꺼내들자 본격적으로 한돈농민의 생존을 보장하라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연천지역 한돈농민들은 10월 14일 연천군청 앞에서 일방적 살처분 정책중단을 촉구하는 긴급집회를 열었으며 강원 철원지역 한돈농민들은 11월 5일 세종시 농식품부 앞에서 생존권 사수 궐기대회를 열었다. 이날 궐기대회엔 경기 포천·양주, 강원 화천·홍천 등 인근지역 한돈농민들도 참여해 시군단위 살처분 조치를 규탄했다.
사육돼지에서 ASF가 발생하지 않으면서 시군단위 살처분조치는 더 확산되지 않았다. 그러나 선례가 남게 돼 앞으로가 더 문제란 우려가 팽배하다. 살처분농가들이 언제 재입식을 하게 될지도 미지수여서 후폭풍 또한 거셀 전망이다. 방역을 빌미로 축산농민을 무리하게 옥죄는 사례는 이뿐만 아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6월 구제역 방역 개선대책을 발표하고 항체검사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과도한 조치라 비판 받고 있다. 농식품부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현재 농장 항체검사시 10두를 먼저 검사한 뒤 기준치 미만이면 다시 16 두에 대해 확인검사를 실시하게 된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관련고시를 개정해 앞으로는 최초 항체검사 때부터 16 두를 검사해 항체양성률이 기준치 미만이면 확인검사 없이 즉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구제역 방역 개선대책에 의하면 항체양성률 검사 결과 최초 1회 미흡시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며 최근 3년 이내 2회 미흡을 받으면 통보일 기준 1주일 뒤부터 가축거래, 도축출하와 납 유 등을 제한할 수 있다.
이에 대한한돈협회(회장 하태식)는 최근 항체양성률 미흡농가엔 사육제한 또는 폐쇄조치까지 내릴 수 있는 상황에서 선량한 농가의 피해를 예방하려면 재검사의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한돈협회는 동일돈군에서 채혈일 하루 차이로 항체양성률이 30% 이상 차이가 나서 과태료 처분을 받는 사례가 있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