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개혁, 마침표 아쉽지만 유의미한 진전

[2019 농업 결산] 농협 개혁 운동
깜깜이 선거 되풀이에 화제성 상실 … 농특위 내 좋은농협위 설치는 성과
회장 직선제, 정부·국회 벽 못 넘어 … 회장 선거·총선 국면서 농협 개혁 재점화

  • 입력 2019.12.22 18:00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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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올해 농협 개혁 운동은 농협중앙회장 직선제 등 선거제도 개혁을 중심으로 지난 3월 치러진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와 내년 1월 치러질 제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방점을 찍었다. 개혁 정권이라는 문재인정부에서조차 농협 개혁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거를 디딤돌로 농협 개혁의 목소리를 모아 사회적 화두로 제시하고 구체적 변화를 이끌겠다는 전략이다. 두 선거가 전국에서 치러지는데다 향후 농협의 진로를 가늠할 수 있는 나침반이라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까닭에서다.

“제2회 선거 농민 희망 계기돼야”

농민의길과 개혁적 성향의 조합장모임 정명회, 전국협동조합노조 등으로 구성된 좋은농협만들기국민운동본부(좋은농협운동본부)는 제2회 선거를 앞둔 지난 2월 “지역농협과 농협중앙회가 농업·농촌·농민을 위해 그동안 무엇을 해왔는지 현장의 농민조합원들로부터 질타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제2회 선거가 농민조합원에게 희망을 주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농협 개혁 요구를 함축한 후보자 공동공약 운동을 전개하면서다. 좋은농협운동본부는 제2회 선거를 계기로 농협 개혁의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고, 당선 조합장을 중심으로 지역농축협 체질 개선과 농협중앙회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하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공공단체등 위탁선거에 관한법률(위탁선거법)」의 한계로 깜깜이 선거가 반복되며 제2회 선거가 주목을 받지 못한 탓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실제로 새 조합장 당선율도 떨어졌다. 제2회 선거에선 전체 조합장 당선자 1,105명 중 현직 643명(58.2%), 신임 462명(41.8%)이 당선됐다. 새 조합장 당선 비율은 4년 전 제1회 선거 대비 4.8%p가 감소했다. 또한 제1회 선거보다 금품수수 등의 불법선거운동은 다소 감소했으나 돈선거 풍토는 여전했고, 무자격조합원 문제도 불거졌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뒷북행정도 뒤따랐다.

농협 개혁 진영은 제2회 선거로 또다시 여러 문제가 불거진 만큼 위탁선거법 개정 등을 4년 뒤로 미룰 것이 아니라 올해 안에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농특위 내 좋은농협위 설치 주목

그나마 주목할 만한 점은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위원장 박진도, 농특위)가 출범한 가운데 지난 8월 특별위원회로 ‘좋은농협위원회(위원장 강기갑)’를 구성한 점이다. 좋은농협위원회는 2개의 분과를 뒀고, 조합 분과는 ‘자주적 협동조직이자 판매조직으로 위상 재정립 및 역할 강화’, 중앙회 분과는 ‘회원조합의 공동이익을 위한 연합조직으로 위상 재정립 및 역할 강화’를 의제로 선정했다.

설립 의무가 없음에도 좋은농협위원회를 설치한 건 농협 개혁이 농업계 주요 의제라는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농협 개혁의 동력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더군다나 지난 9월 농특위 2차 본회의에선 농협중앙회장 직선제와 선거운동 범위 확대, 알권리 강화 등 농협 선거제도 개혁방안을 의결하는 성과를 냈다. 관련 법에선 농특위 의결사항을 대통령에 보고하는 한편, 관계 행정기관에 통보해 그 이행을 촉구하고 추진실적을 점검·평가토록 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와 맞물려 정명회 회원 조합장이 40여명으로 늘어나며 활성화된 점도 의미가 있다. 정명회가 농협 개혁 목소리를 내오며 농협중앙회로부터 홀대를 받아온 까닭이다. 지난 5월엔 정명회가 출범하고 처음으로 농협중앙회에서 정기총회를 개최했고, 김병원 전 농협중앙회장이 오찬에 나서기도 했다.

한편, 지난 6월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이 협동조합개혁위원회(협개위)를 재가동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전국의 농민들이 지역에서부터 농협 개혁의 군불을 지필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내년엔 제도적 변화 이끌어내야”

농협 개혁 진영은 의미있는 진전 속에 한 목소리로 농협중앙회장 직선제 도입과 조합장 선거제도 개혁을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사진), 정부와 국회의 벽을 넘진 못했다. 지난 11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농협중앙회장 직선제 등의 내용을 담은「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등의 처리가 보류된 것이다.

법안 심사 과정에서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가 (조합장 1인 1표가 아닌 조합원 수에 따른)부가의결권 등 선결조건을 내세웠고,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에 반대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 농협 개혁 진영의 평가다. 또한 회장 연임제 도입이 무산되자 농협중앙회가 직선제 도입을 방관하며 사실상 반대했다고 지적했다.

종합하면 올해 농협 개혁 진영은 구체적인 법·제도 개정이라는 결실을 맺진 못했지만 유의미한 성과를 남겼다. 이호중 농어업정책포럼 상임이사는 “올해 법·개정은 좌절됐지만 농특위에 좋은농협위원회가 구성되며 농협 개혁의 작은 불씨는 만들었다”며 “실제로 법·제도 개정 없이 자체적으로 혁신할 수 있는 개선안을 좋은농협위원회와 농협중앙회가 협의 중에 있다”고 평가했다.

이 상임이사는 또한 “향후 좋은농협운동본부의 농협중앙회장 후보자 토론회 등을 거쳐 농협 개혁을 계속 의제화하고, 이후 좋은농협위원회와 농업계, 신임 농협중앙회장이 농협 혁신안을 찾아 4월 총선 이후 정기국회에서 제도적 변화를 이끌어내야 하는 게 과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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