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농업인의 날’인지도 헤아리지 못한 채 구슬땀 흘리는 농민이 있다. 전남 순천 낙안들녘에서 마지막 추수에 나선 농민이 있다. 태풍에 힘없이 쓰러진 나락, 콤바인으로 애써 수확하며, 중간 중간 낫으로 벼를 갈무리 할 수밖에 없는 농민이 있다. 서산으로 넘어가는 석양을 오롯이 받으며 쓰러진 나락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농민이 있다. 제발, 이 쌀값·저 농산물값, 고생한 보람만큼만 나오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 가득한 농민이 있다.
오늘은 ‘농업인의 날’인데, 농민은 식량안보를 지키는 공직자라며, 공공연하게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고 말한 이도 있는데, 농민의 삶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왜 이리 팍팍하고 답답하고 안쓰러울 따름인가. “개도국 지위를 가진 25년 동안 식량자급률은 21%로 곤두박질치고 도농 간 소득격차는 60%까지 벌어졌으며 매년 농산물 가격폭락에 신음하는 우리 농업을 선진국이라 말하는 이 정부가 과연 정상인가”라고 일갈하는 농민들이 수두룩하다.
‘농업인의 날’을 되돌아본다. 정녕 이 땅 농민의 수고를 기리는 날인가. 아님 농민이 흘리는 피눈물을 기억하는 날인가. 저, 석양에 비친 농민의 실루엣이 쓸쓸하고 안타까운 건, 단지 기분 탓인가. 농민은 있는데 농정이 없다. 정말, 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