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원의 농사일기 85] 우리 군수님, 우리 시장님

  • 입력 2019.11.10 18:00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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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원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윤석원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농촌에 살면서 가장 시급하고 중점을 둬야 할 농정의 우선순위는 농정철학의 전환이니 공익형 직불제의 확대니 하는 것들이 아니라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을 제 때 제 값에 판매해 주는 시스템이라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하게 됐다.

특히 중·소농과 고령농이 대부분인 강원도 양양군의 경우 학교급식을 포함한 공공급식, 나아가 진정한 로컬푸드사업의 도입 및 활성화가 양양지역 농민·농업·농촌에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판단을 하게 됐다.

그러던 중 지난해부터 속초·양양 두 지역 농민과 영양사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양양에서 생산되는 농산물도 속초·양양지역 학교급식에 납품되기 시작했다. 그 이전까지는 납품업자나 축협이 중심이 돼 학교급식이 이뤄졌으나 두 지역의 농민과 영양사가 주축이 돼 가까운 양양군에서 생산한 좋은 농산물을 두 지역 아이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는 신선하고 안전한 먹거리의 제공이라는 측면 뿐만아니라 농촌지역인 양양군을 살리는 중요한 방안이라는 측면에서도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냉장차를 비롯한 냉장시설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출범한 사업이기에 지켜보기가 안쓰럽기까지 하다.

양양군은 인구 2만8,000여명에 불과한 작은 지역이고 아직도 농가인구가 3분의 1이 넘는 농촌지역이다. 이에 반해 이웃하고 있는 속초시는 인구 8만2,000여명의 큰 도시다. 그러나 농지가 작아 농산물 생산이 미미한 지역이고 외지에서 주로 먹거리가 반입되는 소비 도시다.

이렇게 양양·속초는 생산지와 소비지로서의 특색을 가지고 있다. 또한 설악산과 동해를 공유하고 있는 이웃이고 역사적으로도 뿌리가 같은 한 지역이었다. 그래서 가깝기도 하지만 사안에 따라 이해가 상충되는 지역이다. 통합 논의가 있었으나 성사되지 못하기도 했고 물 문제로 갈등도 있었다.

그런데 민간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속초·양양 학교급식사업이 강원도까지 알려지자 도 차원에서 속초·양양 학교급식센터 설립 지원 계획을 발표하고 나섰다. 이에 양양군에서는 부지를 제공하는 등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속초시는 공동급식센터의 양양군 설립을 찬성하되 양양군이 새로 낸 쌍천 뚝방 도로 중간에 속초 떡밭제로 넘어 가는 도로 개설을 동의해달라 요구하고 나섰다.

그렇게는 못하겠다는 양양군과, 도로 신설 허용 없이는 공동급식센터를 설립하지 않을 것이며 학교급식으로 양양군 농산물도 받지 않겠다는 속초시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태다. 지역 언론들이 연일 두 지역의 원만한 해결을 촉구하는 보도를 내고 있으나 오늘까지도 해결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 상황이 가장 답답한 건 양양군의 농민들이다. 속초시야 굳이 양양군에서 식자재를 사오지 않아도 되지만 양양군의 농민들은 모처럼 확실한 수요와 판로가 있는 학교급식이 무산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우리 군수님과 우리 시장님께서 서로 양보의 결단을 내려 주실 것을 간청하고 싶다. 군수님께서는 양양지역과 농민들을 살릴 수 있는 중요한 사업임을 인식해 속초시의 숙원과제인 떡밭제 길을 놓게 해주시고, 시장님께서는 아이들에게 좋은 먹거리를 제공하고 두 지역이 상생할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공동학교급식센터를 적극 지원해 주실 것을 말이다.

‘민’이 주도해 성과를 내고 있는 지역 상생 사업이 ‘관’ 때문에 성사되지 못하는 불상사가 벌어지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알려드립니다

872호(2019년 10월 28일자) 14면 ‘윤석원의 농사일기’ 제목 표기에 오류가 있었습니다. 필자 및 독자여러분께 사과의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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