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쇠고기, 국민 불안 여전하다

  • 입력 2008.06.30 14:04
  • 기자명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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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 사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미국 쇠고기 수입을 확정짓고, 26일 관보게재를 강행했다. 이미 전국 1천7백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관보게재가 알려진 25일 청와대 근처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고시 강행은 국민을 향한 전쟁 선포’라면서 이날부터 강력한 투쟁에 들어갔다.

직접 피해 당사자인 한우농가들도 이번 정부의 결정에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한우협회 소속 회원농가들은 26일 정부 과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연일 상승하는 사료값과 폭락하는 소값에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정부의 고시 강행을 규탄하는 한편 이날부터 철야농성에 들어갔다.

사실 지난 19일 이명박 대통령은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으며,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고 국민에게 공개적으로 약속한 바 있다. 국민불안 해소 없이 쇠고기 고시를 무기한 연기하겠다던 정부의 입장이 나온 지 불과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다. 과연 추가협상(이것도 미국 무역대표부는 발표문에서 ‘토의(discussion)’라고 명시하고 있지만)으로 국민 불안이 해소됐다고 보는 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추가협상에 대해 정부는 ‘100점 만점에 90점짜리 합의’라며 공언했다. 그러나 국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민간의 자율적 약속에 불과한 QSA(품질시스템평가) 프로그램이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민의 과반수가 “이번 협상의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더욱이 미국 무역대표부는 한국에서 수요가 없는 SRM 부위(머리뼈·뇌·눈·척수)는 지금까지도 거래가 없었고 앞으로도 이러한 상업관행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이를 ‘수입중단’이라 표현했다.

뿐만 아니다. 정부는 13일부터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통상장관 쇠고기 추가협상의 공식문서인 합의문을 아직도 교환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미국정부의 구두약속만으로 장관고시를 강행했다.

결국 정부가 미국과 한 것은 협상도 아닌 논의였으며, QSA는 미국정부의 보증이 아닌 지원이었다. 또한 수입되지 않는다고 선언한 뇌, 눈, 머리뼈, 척수 등은 언제든지 수입이 가능하게 되었고, 소 혀와 내장 등의 조직검사는 미국의 동의조차 얻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추가협상을 놓고 일각에서는 미국과 함께 국민을 속이기 위한 위장협상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국민들이 50일 넘게 촛불시위를 이어온 이유를 정부와 한나라당은 정녕 모르는 것인가. 바로 국민건강권을 보장하고 검역주권을 지켜내기 위해 ‘협상무효·재협상’을 실시하라는 것이었다. 정부가 국민들의 요구를 무시한 채 고시를 강행한 것은 국민대책회의의 표현대로 국민과 전쟁을 치르겠다는 선전포고에 다름 아니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한나라당은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을 때까지 고시를 철회하고, 미국과의 재협상을 통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검역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촛불이 다소 잠잠해졌다고 국민들이 정부의 대책에 수긍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판이다.

자칫 지금까지 보다 더 강력한 촛불문화제의 회오리로, 국정마비를 불러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은 못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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