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장희수 기자]
철옹성 같은 지자체의 움직임에 적법화를 완료하지 못한 농가는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앞으로 미허가축사 적법화 추가이행기간이 부여될 예정이다. 하지만 기간이 늘어났음에도 농가들이 적법화를 얼마나 이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질적으로 적법화 추진 중인 다수의 농민들이 ‘지자체’라는 벽에 부딪혀 정체돼 있다. 농가의 의지뿐만 아니라 지자체의 역할이 강조되는 시점이다.
전남 순천시 주암면에서 오리를 사육하는 정후재씨의 농장은 하우스축사 6동과 가설건축물인 컨테이너(농막)로 이뤄졌으며 그 옆에 오래된 구거가 있다. 과거 넓은 면적을 차지한 토사측구가 콘크리트 수로로 바뀌면서 잔여지가 생기는데 농촌에선 흔히 이곳을 경지 정리해 사용한다. 정씨는 컨테이너가 구거의 잔여지와 저촉되면서 적법화를 완료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축산업 ‘신고제’일 땐 현 상태 그대로 허가를 받았지만 이후 축산업 ‘허가제’로 바뀌고, 정씨가 가설건축물 관리대장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컨테이너가 구거 잔여지를 침범한 것이 문제가 됐다. 시는 정씨에게 구거에서 컨테이너를 이동시키라는 요구를 했다.
해당 구거의 수로는 10년 넘게 사용되지 않았으며 이미 다른 곳에 수로가 설치됐다. 따라서 이후에 사용될 것 같지도 않고 사용할 이유도 없는 곳이라는 게 정씨의 설명이다. 구거의 용도폐기를 승인받아 매입을 하면 컨테이너를 옮기지 않고 적법화를 쉽게 완료할 수 있다. 하지만 구거를 관리하는 순천시에서 승인을 해주지 않아 컨테이너를 옮길 수밖에 없다.
정씨는 “옮길만한 면적이 애매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구거 잔여지에 컨테이너가 침범해 문제가 생겼거나 이후에 개발을 한다면 당연히 시정할 텐데, 민원 한번 없었고 10년 넘게 사용하지도 않는 구거 잔여지를 매입하려해도 못하게 하고 무조건 옮기라니 속상하다”고 말했다. 이어 “시에 항의하고 싶어도 관련 법령이나 절차를 모르니 찾아갈 수도 없다. 시에선 예외를 인정하면 다른 농가로부터 민원을 받아 어렵다는 답변만 해 답답한 심정”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남 곡성군 입면의 한우 농가 오세홍씨는 농도를 저촉한 경우다. 오씨는 “초기 시공할 때 정식으로 허가 받아 지었는데 이제 와서 불법이라 하니 좀 억울한 면이 있다. 처음부터 알려줬으면 그대로 했을 것이다. 다시 뜯어내 기둥을 새로 세우면 축사 구조도 이상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큰 도로가 된다면 그땐 잘라내겠다는 공증까지도 썼지만 효력이 없었다. 기껏해야 차 한 대 지나가고 농사일에 이용되는 길인데 넓힐 일도 없으면서 굳이 축사를 잘라내야 하는 것이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오씨의 축사는 국유지에 물려있어 매입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건축법 시행규칙 제6조제1항1호2에 따르면 허가권자가 해당 토지의 관리청과 협의해 그 관리청으로부터 해당 토지를 건축주에게 매각 또는 양도할 것을 확인한 서류를 발급받아야 한다.
앞서 언급된 두 농가는 비효율적인 상황에도 지자체는 예외 없이 법대로 해야 한다며 승인을 안 해주니, 축산업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만 하라는 취지 같다는 공통적인 반응을 보였다. 적법화 추가이행 기간이 길어졌지만 미허가축사들의 적법화는 진퇴양난에 빠졌다.